한국 산업계를 선도하는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업계가 설날 연휴를 앞두고 2021년 4분기 실적을 줄줄이 발표한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악재를 딛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매출 달성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27일, SK하이닉스는 28일 확정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2018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1월 초 잠정실적 공시에서 2021년 매출이 사상 최대인 279조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올해 최대 440억달러(52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이번 콘퍼런스콜을 통해 투자 규모 확대를 선언할지 관심을 받는다.

SK하이닉스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 연간 매출 전망치는 43조654억원으로 2018년에 기록한 기존 최대 실적을 뛰어넘는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12조2589억원으로 2018년(20조843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미국 인텔에서 인수하는 낸드사업부 '솔리다임' 실적을 반영해 최대 6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現 SK온)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現 SK온)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2월 초 LG화학 전지사업 부문이 아닌 자체 실적을 처음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1년에 총 8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16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2020년 대비 2021년은 흑자 전환 성공과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확정적이다. 매출액도 2020년 12조3640억원에서 2021년에는 17조원대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GM 볼트 전기차 리콜 사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교체 등으로 1조1000억원쯤 비용이 발생했는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 소송 합의금 1조원을 받으면서 비용 대부분을 상쇄했다.

27일 콘퍼런스콜을 진행하는 삼성SDI도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이 유력하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 801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가 전망한 삼성SDI의 2021년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쯤이다. 연간 매출액 역시 2020년 11조2948억원에서 2조원쯤 증가해 사상 처음 1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2021년에 3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0년(1조6102억원)의 두배, 2019년(6903억원)의 네배 수준이다.

하지만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생산시설 초기 투자 비용과 연구개발비 증가 여파로 지난해 4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2월 29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OLED.EX' 미디어데이에서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 부사장(왼쪽)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2021년 12월 29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OLED.EX' 미디어데이에서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 부사장(왼쪽)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26일 확정실적을 발표하는 LG디스플레이는 연간 영업이익 2조원 돌파로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서 70%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한 덕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은 21조715억원, 영업이익은 1조7529억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8조3202억원, 영업이익 6430억원이다. 전망치에 부합한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을 훌쩍 넘는다. 2018년 영업이익 929억원 이후 3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에 매출 32조7000억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으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020년 보다 7%쯤, 영업이익은 두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중소형 정보기술(IT) 기기 판매가 늘고, 폴더블 패널을 탑재한 갤럭시Z 시리즈 판매 증대에 힘입은 결과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