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완성차·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또 한 번 우유부단한 제동을 걸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소매사업 개시를 일시정지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중기부는 1월 예정했던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절차를 대선 이후인 3월로 또 미룬 바 있다.

완성차와 대기업들은 중기부 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선다. 단순히 ‘사업개시’에 대한 일시정지 권고인 만큼, 중고차 사업 개시를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 장안평 소재 중고차시장 전경 / 조선DB
서울특별시 장안평 소재 중고차시장 전경 / 조선DB
현대차와 기아는 1월 중순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필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현대차 그룹이 중고차 매매업 개시를 향한 준비에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중기부는 17일 현대차 그룹에 중고차 매매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지만, 현대차는 정부 요청에 우선 따르는 태도다. 하지만 권고가 어디까지나 ‘사업개시’에 국한된 만큼, 실질적인 사업 개시나 진행을 제외하고 중고차 매매업을 위한 준비는 그대로 착수한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기부 권고의 강제성 여부를 떠나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수용했지만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 진행을 위해선 사무실 구성 등 제반 준비가 필요하듯 최근 보도된 사업 등록도 3월 심의에서 긍정적인 결론이 날 수도 있기에 채비를 해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가 중고차 사업을 선언한 이유는 수익보다는 현재 수입차 업체들이 하고 있는 인증 중고차처럼 브랜드 중고차 잔존가치 보존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할부금융 상품 진출을 시사한 우리카드 / 조선DB
중고차 할부금융 상품 진출을 시사한 우리카드 / 조선DB
관련 업계는 사실상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확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다. 중고차 관련 플랫폼부터 금융 업계의 관련 사업 진출 소식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현대·기아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이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소비자 유입과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20일 중고차 온라인 중개 플랫폼인 오토벨을 론칭했다. 기존 중고차 도매·경매사업에 이어 엔카·케이카 등이 구축하고 있던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기부에서 내린 일시정지 권고는 현대차·기아의 직접 소매사업에만 해당이 되는 사안이다"며 "도매업의 경우 현대글로비스에서는 오토벨 플랫폼 개시 이전에도 관련 경매 사업을 이미 진행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중고차 금융 상품 진출도 타진됐다. 우리카드가 수입차 등 기존 오토금융 상품에 이어 중고차 금융 사업에 뛰어들어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재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며 "다만 아직 리스 등 정확한 상품 구성이나, 시작 시점 등은 결정하지 않고 논의를 하고 있는 상태다"고 이야기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