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박재욱씨(26)는 최근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가기 위해 아버지 차를 빌렸다. 본인 명의가 아닌지라 별도 보험이 필요했다. 박씨는 카카오톡 보험사 채팅창에서 곧바로 가입 메뉴를 눌러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한 뒤 5분도 안돼 이틀짜리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업계가 카카오톡 모바일로 가입 가능한 제휴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상품 확인은 물론, 가입까지 한 번에 처리 가능하다. 여행, 레저, 렌트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법한 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 중, 금액이 크지 않은 이른바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이 주 대상이다.

카카오톡을 활용하면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에 친화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고, 자체 판매 채널을 개발할 필요도 없어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일각에선 보험사 판매 채널이 카카오에 너무 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미니보험 중심으로 카카오톡으로 보험 가입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디지털 전용 미니보험인 ‘한화 OK2500든든 운전자보험’의 모바일 가입 을 위해 카카오와 제휴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본인 인증 및 가입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재는 미니보험 수준이지만 차후 다른 디지털 보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손해보험도 지난 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어린이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자사 회사 앱에서 선물하기가 가능했던 보험상품도 있었지만, 선물 받은 사람이 앱을 새로 깔아야 하고 절차가 번거롭다는 지적이 있어 카카오와 제휴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판매 채널 다변화를 목표로 지난달 카카오페이와의 협력 사실을 밝혔다. 카카오페이에서 가입 가능한 미니보험 상품을 개발 중이고, 협업 첫 프로젝트로 3050 직장인으로 타겟으로 한 신상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로 출시 4년차에 접어드는 DB손해보험의 경우, "지금까지도 카카오톡으로 꾸준히 신규 고객이 유입되고 있다"며 효과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지난해 8월 23일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출시했다.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지난해 8월 23일 보험 모바일 상품권을 출시했다.
자사 채널 확보보다 카톡이 편리…MZ세대 공략은 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새로운 보험사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다. 다양한 금융상품들과 비교하면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를 잘 아는 보험사들이 자사 상품을 카카오 제휴 채널에 내걸지 않을 수 없는 일.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카카오나 네이버,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은 은행, 증권, 보험 등 전체 금융업을 총 망라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다"며 "반면 보험사는 금융법상 보험만 서비스할 수 있어 가입 채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카카오와 같은 제휴 채널 확보는 필수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디지털 보험시대, 보험소비자 경험 분석’ 보고서에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보험을 탐색하는 MZ세대의 성향을 진단하며, "설계사의 권유나 광고가 보험계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사의 모바일 확장, 그 중에서도 카카오와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이유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험사가 카카오와의 협업 채널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고유의 채널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MZ세대가 기대하는 빠르고 스스로 결정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채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보험업 자체가 카카오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미 빅테크 중심으로 플랫폼이 재편된 유사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체감해야 할 보험업계는 ‘파이를 먼저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종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판매 채널은 아직까지 대면 위주로 굴러가기 때문에 미니보험 판매가 카카오의 몸집을 불릴 정도로 규모 있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당장 보험사 입장에서는 채널 다변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