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에서 13년정도 브랜드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했다. 정보통신, 화장품, 게임, F&B 분야에서 일했다. 브랜드는 참 만들기 어려운 놈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더욱 고된 놈이다. 이 알림을 위해서 매년 매출의 5%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했다.

‘엥 5%?, 그것밖에 안 쓰나?’ 이럴 사람도 있겠지만 매출 1조인 회사라면 연간 5백억을 마케팅에 쓰는 셈이다. 마케팅 비용은 영업비용과 달리 회수에 대한 이슈도 적다. 올곧이 투자다. 방송과 SNS에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 광고들은 다 이런 돈들이다. 곧 메타버스 광풍까지 이어진다면 기업은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다. 이 포인트를 잘 기억해 두길 바란다.
창업을 하려면 먼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트렌드? 아이템? 소비자 분석? 창업자금???
모두 맞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돈을 받을 선택지’를 정해야 한다. 사업, 창업은 결국 돈을 버는 문제이다. 대개는 소비자를 타깃팅 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나보다 훨씬 영리하고 현명하다. 그리고 가장 심한 변덕쟁이이다. 십여년 수행한(?) 나름의 결론이다.

나는 창업을 하기 전에 이 포인트에 주목했고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선택지로 정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중국행을 결정했다.

중국은 플랫폼 생태계가 아주 잘 발달해 있다. 중국의 대표 커머스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절대 혼자 독식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1차 판매자(총판), 2차 판매자(소매 & 밴더사), 소비자가 서로 수익을 나눠 갖도록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다. 대형 플랫폼사들은 중간 과정을 생략해 자신의 이익을 더 극대화할 수 있지만 하부 계층도 먹고살 수 있도록 토대를 잘 마련해 주었다. 중국 커머스가 다른 나라보다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한 모두가 이익을 나눠 갖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바이두, 텐센트, 빌리빌리, 더우인 등 중국의 빅플랫폼사들도 작은 기업의 콘텐츠를 사주는데 매우 관대하다. 이런 플랫폼 생태계는 우리같이 영세한 회사들이 뿌리를 내리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보편적으로 중국 본토 사람들이 외부인(&문화)에 배타적이다는 인식이 많다.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내가 먼저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올바르게 대처한다면 외국인이라는 점은 오히려 중국에서 이점이 더 많다. 우리가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2016년은 정치적인 이유로 한중 여론이 대외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이덴티티를 한국 콘텐츠로 정했고 외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빌리빌리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는 중국과 안에서 보는 중국은 매우 다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세간의 말을 모두 믿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처음에 우리는 중국에서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중국기업들과 브랜디드 콘텐츠 협업을 하는 회사로 스타트업을 했다. 이 즈음에 한국뚱뚱과 의기투합이 됐고 현재 그는 중국 MZ세대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에 한 명으로 선정됐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예능프로그램의 메인까지 꿰찼다.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인 크리에이터(KOL)와 왕홍들은 철저하게 기업들과 협업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영상 조회수를 통한 광고수익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업과의 협업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 유튜버들의 주수익원이 영상 조회수를 통한 광고 수익이라는 점과는 상반된다.

중국기업들은 인기 인플루언서들과의 마케팅 협업을 원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이곳에 집중 투하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으니 결코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어찌 됐건 이분야의 콘텐츠 회사는 크리에이터의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센스가 중요하다. 한국기업에서 십여년 광고주로 있었던 나의 경험은 누구보다 중국기업의 가려운 곳을 헤아려 주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 후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유수의 중국기업들이 우리를 찾았다.

무엇보다 중국 대형 기업과의 협업은 그들의 사이트와 빌보드에 우리 크리에이터들이 노출됨으로써 네임밸류를 높이는 큰 견인차가 됐다. 다른 중국기업들의 러브콜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 대세감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도 올라간다. 인기가 인기를 불러 모으듯이 대중심리가 그러하다. 이른바 바텀업(Bottom Up)이 아닌 탑다운(Top Down) 효과다. 오랫동안 브랜드를 만들면서 얻은 인사이트 결과이다. 중국기업들이 치열하게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게임, 식품,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우리의 크리에이터들이 활약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와의 컨텍은 중국기업의 하청을 받은 에이전시들이 한다. 또 중국 광고주들은 절대 하나의 에이전시만 쓰지 않는다. 다수의 인력풀을 동원해 팩트체크를 하고 더 좋은 조건을 가져온 에이전시의 제안을 최종 선택한다. 광고주는 하나지만 우리에게 제안을 하는 에이전시는 다수인 것이다.

이때 에이전시와의 평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절대 홀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의 평판을 서로 공유한다. 계약이 성사 안되더라도 상대방이 미안할 만큼 최선을 다 해라. 그러면 미안한 마음에 다른 광고주들에게 우리를 추천해준다.

이렇게 우리는 중국에서 인플루언서를 양성하는 회사로 스타트업 했고 궁극적으로는 팬덤을 기반한 커머스 기업을 목표로 달렸다.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려면 뼈대가 중요하듯이 중국에서 커머스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팬덤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물건을 팔던 남의 제품을 팔던 사줄 소비자가 필요하다. 이 소비자가 팬덤이다. 우리는 2016년부터 시작해 무려 4년 넘게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팬덤을 쌓았고 2021년에서야 비로소 커머스 시장에 진입했다. 중국 커머스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사랑해준 중국의 팬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NFT(Non-Fungible Token), 메타버스도 궁극적으로는 팬덤 비즈니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미 방탄소년단의 성공요인이 무엇 때문인지 잘 알고 있다. 물론 맹목적인 스타의 팬심에만 의존한 제품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팬들은 스타를 감성적으로 추종하지만 상품은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 구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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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브랜드건축가(BrandArchitect)는 중국소비자를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 커머스를 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 유튜버들과 히든챔피언 브랜드들이 브랜드건축가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저서로는 ‘100억의 서정적인 브랜드건축가(2017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