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특화 백신에 대한 인체 임상시험을 본격화한 가운데 국산 백신 개발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과 대조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국 규제 당국이 허가 절차를 시작하고 안정성이 확인되면 올해 3월부터 오미크론 특화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미크론 특화 백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올해 연말까지 40억회 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국산 백신 개발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상3상이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넥신·셀리드는 각각 2·3상, 2b·3상 IND를 제출한 상황이다. HK이노엔은 임상1상을 완료하고 데이터 분석 중에 있다.
우선 유바이오로직스는 국내와 해외에서 진행하려던 비교 임상3상을 해외에서만 진행하기로 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유코백-19(EuCorVac-19)’에 대한 국내 임상 2분의 1상을 진행하고 중간결과를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환자군과 대조백신 수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임상 마무리 과정을 해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2년도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단계 평가를 통과한 바이오벤처 셀리드도 최근 대조백신을 구하지 못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강창률 셀리드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오미크론 대응 국내 백신 개발현황 간담회’에서도 "임상 3상에서의 대조백신 확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호소한 바 있다.
대조백신이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으로, 개발 중인 백신과 면역원성 지표 등을 비교할 ‘임상이 완성된 백신’을 뜻한다. 2021년 식약처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을 기존 시판된 백신과 면역원성을 비교하는 방식도 허용했다.
기존 백신 개발은 수만명의 시험대상자가 필요했지만,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위약대조군을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선제적으로 제시했고, 이 방식을 이용하면 대규모 피험자수와 위약대조군 모집 없이도 임상3상이 가능하게 허용했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백신 대부분이 바이러스벡터 방식이라는 점이다. 얀센·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바이러스벡터 방식으로 설계됐는데, 이들 모두 국내 유통이 중단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대조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게 됐다.
백신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에 걸린 임상참가자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다.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한 업체 관계자는 "임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모집과 대조백신 확보 등이 원활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정부의 지원이 적극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코넥트)과 협력해 임상 대상자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코넥트에 신청한 임상 대상자는 3상 진행 기업에 우선 지원되고 있다. SK바사가 당초 목표한 국내 대상자보다 훌쩍 뛰어넘는 대상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이후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면서 임상 대상자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주헌 코로나19치료제·백신개발범정부지원위원회 총괄팀장은 "현재 코넥트와 모집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임상은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임상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해외임상을 진행하는 국내 개발사들에는 그 비용을 고려한 R&D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 도전은 분명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정도로 힘들고 고된 여정이라는 점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한다"면서도 "다만 임상시험과 같은 연구 환경이 친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전 인류적인 질병을 막을 백신을 개발하는데 너무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선전으로 후발주자들의 개발 성공률 역시 낮아지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