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의 주요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 ‘코로나 대응’이라는 새로운 어젠다 속에서 심각한 혼란의 시기를 겪으며 나름의 변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영자들은 그동안 집중했던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수립하고 실행했던 많은 경영 전략들이 디지털화와 코로나 대응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험에 사업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최신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고객이 오지 않아 위기 상황을 맞이한 대형 영화관.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콘셉트, 디자인, 동선, 인테리어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했는데 평소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내방객 수와 일 매출 금액에 당황한 대형 유통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경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5년 이상의 금융·IT·제조 분야에서 일하며 전략 컨설팅한 경험을 종합하여 필자는 3가지 포인트를 제안해 본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 피봇팅이다. 실제 피봇팅을 할 때 중심 축인 뒤꿈치를 그대로 두는 것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비즈니스 모델 피봇팅을 하려면 업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방식’을 우선 변경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코로나로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기 어려워진 기업은 화상 회의 툴을 활용하여 나름 한계는 있지만 소통의 대안을 찾았다.

이와 같은 ‘방식’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예를 들어 보면, 대한고등학교와 민국고등학교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며 매년 골프 대항전을 개최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한 골프장에 여러 팀이 동시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 해졌다. 그렇다면 한 골프장을 정해 놓고 각 팀들이 여러 날짜, 여러 시간대에 걸쳐 각각 플레이를 하고 일정 기간 후에 전체적으로 집계를 한다거나, 스크린 골프장에서 미리 한 골프장을 정하고 각자 플레이 후 전체적으로 집계를 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원래의 목적, 골프대항전이라는 본질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업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방식’을 변경하는 피봇팅을 검토해야 한다.

식당을 하는데 손님이 과거만큼 충분히 오지 않아 매출과 이익에 갈증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음식 배달을 검토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방식’ 변경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만족스러운 고객경험관리 측면에서 주문 처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음식 조리 시간과 방법은 어떻게 변경해야 식당이 아닌 배달 장소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포장을 해야 식감을 살릴 수 있으며, 쓰레기 처리가 쉬울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고객의 재주문을 쉽게 만들까? 이런 식으로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다양하고 빠른 시도를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피봇팅의 필요성은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사내 연구개발 조직이 수 년에 걸쳐 제품을 개발해온 기업이 어떤 이유로 전문가를 사내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외부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해당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고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향후 이러한 기술 확보 방식이 진화되면 Connect & Development 로 정착된다.

둘째, 포트폴리오 구성 기반 리비저닝(Re-visioning)이 필요하다.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수립하고 실행했던 많은 경영 전략이 디지털화와 코로나 대응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경영자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지?"

매우 가능성이 높은 하나의 답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기반으로 리비저닝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핵심 비즈니스를 A라고 할 때, B, C, D 라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니 이걸 누가 모르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개별 항목 간에 연관성, 차별성, 상호 보완성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선풍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기업이 공기 청정기를 제품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겠다는 전략과 식기세척기를 제품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기차가 확산하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엔진, 변속기, 오일, 연료, 동력전달 장치 관련 부품 등은 전형적인 사양 분야에 해당한다. 이 분야 플레이어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당연히 피봇팅을 검토하겠지만, 산업의 메가 트렌드를 감안하면 피봇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기업이 현재의 주력 품목 외에 전기차 확산에 부정적이지 않고 중립적 영역에 해당하는 조향 장치, 현가 장치, 제동 장치, 내장재나 타이어 같은 분야의 항목을 포트폴리오 후보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 또한 기존 플레이어들의 경쟁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해당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구성 기반의 리비저닝을 검토한다면은 아마도 배터리, 모터, 인버터, 공조, 경량화 소재, 자율주행관련 부품, 충전 인프라 관련 부품 분야의 항목들이 후보가 될 듯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개별 항목 간에 연관성, 차별성, 상호 보완성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변화상에 부합하는 임직원 확보해야 한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사람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초기에 새로운 변화상에 부합하는 임직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기존 임직원들은 이미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최적화 시켰다고 믿는 과거 방식을 스스로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 새로운 변화에 대해 두려움이 있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 기반 웹이 대세이던 때 네이버 임직원들에게 머지않아 검색, 쇼핑 및 실시간 소통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라고 새로운 변화상을 제시했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드웨어 성능이 아직은 미흡한 데다, 사용자들의 모바일에 대한 부정적 경험, 기존 PC 기반 웹에 익숙함과 PC에 최적화된 프로세스 등이 주는 효율성 등을 내세며 모바일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금융 분야의 예를 들면 신용카드 사용 환경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고 안정적인 우리나라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수용도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사회 전반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조금도 없으니 굳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현금, 신용카드, 디지털 화폐는 모두가 선택지의 하나일 뿐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에 더 익숙하지도 않고 굳이 더 선호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보다 더 쉽게 새로운 변화 상인 디지털 화폐를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최선의 변화관리 노력을 하되, 동시에 변화상에 부합하는 임직원을 외부로부터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스터디 한 결과, 기존 내부 임직원들 변화 관리에만 주력하는 경우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정리하면, 경영자라면 디지털화와 코로나 대응이 필요한 경영 환경에서 피봇팅, 포트폴리오 기반 리비저닝, 변화상에 부합하는 임직원 확보, 이 세 가지에 유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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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분야의 강소기업인 에버켐텍의 김영규 부사장은 하나은행, SAP KOREA, 이언그룹 등에서 25년 이상 금융·IT·제조 분야 현업과 전략 컨설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카이스트 겸직 교수로 ‘스타트업 재무’ 강의를 하고 있다. 문의 i008956@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