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보툴리눔 톡신 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유럽·미국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여러 악재가 존재해 추후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왼쪽부터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 각 사 제공
왼쪽부터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 각 사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가 유럽 의약품안전기구(HMA)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획득했다. 휴젤은 재작년 유럽에 보툴렉스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작년 하반기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올해 1분기 레티보의 유럽 판매가 확정되면, 가장 먼저 유럽에 진출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으로 기록된다. 휴젤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올해 승인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춘천에 위치한 거두공장(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장)의 현장 실사까지 마쳤다.

대웅제약 역시 상반기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유럽에 발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5000억 규모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대웅제약은 2019년 9월 나보타의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허가를 획득했지만, 코로나19 유행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등 악재가 겹치면서 2년 넘게 발매가 지연됐다.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지난해 메디톡스, 애브비와 삼자간 합의를 마치고 올해 상반기 유럽 발매에 돌입한다고 예고하면서 유럽 진출이 점점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나보타는 이미 유럽을 넘어 각국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나보타는 미간주름 개선·눈가주름 개선·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눈꺼풀경련에 처방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제품으로, 미국·유럽·캐나다 등 전 세계 55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하고 80여개국에서 수출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다른 격전지는 중국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테이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9142억원(48억 6000만위안)이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중국 보툴리눔 시장이 1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의 보툴리눔 톡신 경험률이 1%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존재해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종근당은 83억원 규모 기술 이전을 통해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종근당의 자회사 종근당바이오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 중인 A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CKDB-501A) 관련 중증 미간 주름 개선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 계획 승인 이튿날에는 중국 큐티아 테라퓨틱스와 700만달러(83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KDB-501A는 아직 임상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종근당은 2019년부터 유럽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연구를 가동 중이기 때문에 업계는 곧 종근당이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 예상한다.

심지어 종근당은 휴젤 ‘보툴렉스’ 공동판매 및 휴온스 ‘원더톡스’ 판권 확보 등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풍부한 영업 경험을 갖고있다 평가받는다.

메디톡스는 일찌감치 중국 임상 3상을 마치고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2018년 중국에 뉴로녹스(메디톡신 수출명) 품목 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2020년 중국 CCTV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메디톡신이 약감국 등록 허가 없이 밀수돼 미용원 등 불법 의료기구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어 중국 공안부가 지난해 연말 통지문을 통해 보톡스, 물광 주사 등의 의료 미용 제품에 대해 가짜나 불량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 의료미용기기 판매와 관련한 범죄 행위 등에 초점을 맞춰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해외 진출 소식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다양한 악재가 존재한다. 휴젤과 파마리서치 등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출하승인’을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가 시판 전 받아야 하는 국가출하승인을 수출물량에도 적용하면서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식약처의 처분이 과하다며 ‘품목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를 내렸고 현재 식약처는 해당 결정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라 당분간 당국과 업계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 도용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추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소식은 한국 의약품 산업을 성장시키는 기분좋은 소식이다"며 "다만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이슈들이 산재해 있어 관련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는가가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