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수'는 옛말…기회 아닌 위기 맞은 스폰서들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2.02 06:00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를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은 사정이 난처하다. 인권문제로 일부 서방국가가 보이콧을 하는 등 중국을 향한 국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서다. 스폰서 참여를 위해 대규모 납입금을 내며 홍보에 나서기로 했는데, 상황 변화에 따라 올림픽 특수는 커녕 오히려 위기에 처했다.

최근 외신과 재계 등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사 중 ‘월드와이드 파트너’ 계약을 맺은 13개 기업은 올림픽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나선다. 최근 소치, 리우 등 두 차례 올림픽에서 총 10억달러(1조19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후원금을 내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 올림픽 에디션' / 가젯 360
13개사는 코카콜라, P&G, 비자, 인텔, 에어비앤비 등 미국 기업과 브리지스톤, 파나소닉,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한 일본 기업이 주축이다. 삼성(한국), 알리안츠(독일), 알리바바(중국), 아토스(프랑스), 오메가(스위스) 역시 후원사들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기업별 중국 매출은 도요타 347억달러(41조8725억원), 삼성전자 321억달러(38조7351억원), 인텔 203억달러(24조4960억원) 등이다. 후원 기업 입장에선 변수가 없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훌륭한 홍보 기회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 나설 경우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을 탄압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진압한 중국 지도부를 지지하는 기업이라는 미국 등 서방권 국가의 비판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후원을 중단하면 미국 눈치에 본토 소비자를 소홀히 한다는 중국의 압박을 각오해야 한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자사 협력업체들에 신장산(産)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을 밝혔다가 중국 관영매체뿐 아니라 누리꾼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결국 사과에 나섰다.

이처럼 후원사들은 세계 2위의 거대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후원을 철회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입장이다. 차라리 언급 자체를 피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다.

국내기업 중 유일한 IOC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삼성도 이번 이슈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에디션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3 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하고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것 외에 마케팅을 꺼리는 모습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갤럭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쇼케이스 운영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과 달리 베이징에서는 별다른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올림픽 관련 TV 광고도 선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야 했다면, 베이징올림픽은 국제 지정학적 문제와 인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안의 중대성이 다르다"며 "후원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을 해도, 안 해도 관련해서 언급되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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