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소상공인 대상 수수료 조정…토스도 따르기로

금융당국의 간편결제 수수료 조정 방침에 빅테크 업체들이 보조를 맞췄다. 네이버·카카오가 동시에 결제 수수료율을 인하 방침을 밝힌 것.

두 회사가 이러한 방침을 천명한 26일은 마침 금융감독원 수장인 정은보 원장이 주요 금융 플랫폼 업체 대표들과 은행권 주요 인사들과 만나 향후 감독 방향을 설명한 날이었다. 금감원장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한 이날, 두 빅테크 업체는 수수료 인하로 화답했다.

네이버(왼쪽)·카카오 사옥 전경. / 각 사
네이버(왼쪽)·카카오 사옥 전경. / 각 사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수수료율 한날한시 인하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에 따라 네이버페이 수수료도 인하할 방침이라 밝혔다. 영세 사업자의 주문관리 수수료와 결제형 수수료가 그 대상이다. 시행은 오는 31일부터다.

네이버페이는 우선 영세 사업자의 주문관리 수수료를 2.0%에서 1.8%로 0.2%p 낮춘다. 주문관리 수수료는 네이버가 업체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돈이다. 소상공인이 네이버에서 스마트스토어를 열면 네이버가 홈페이지를 구축해 주면서 배송 추적, 매출 관리, 데이터 분석, 마케팅까지 함께 지원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결제 수수료 역시 영세 사업자 기준, 1.1%에서 0.9%로 내린다.

같은 날, 카카오페이도 영세·중소사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가맹점 마다 수수료 차이가 있어 인하된 수수료에도 차이가 있지만, 인하 폭은 동일하다. 온라인 가맹점 규모에 따라 영세 0.3%p, 중소사업자 0.2%~0.1%p가 인하된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토스도 금감원의 제안에 따라, 조만간 수수료율 인하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간담회에 참석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역시 정은보 원장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내부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으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 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 금융감독원
"동일한 기능에 규제도 동일하게" 당국 연이은 빅테크 압박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간편결제 수수료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 부과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금융플랫폼이 혁신을 이유로 최소한의 금융규제와 감독도 예외를 적용 받기를 바라기보다,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수수료 공시시스템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합리적 수준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빅테크 금융플랫폼의 수수료를 손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는 전자금융법에 해당해 여신전문금융법상 우대 수수료를 지킬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가맹점이나 기존 카드사들은 불만을 제기해 왔다.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수수료를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빅테크 업체들은 그동안 수수료 문제를 카드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금융위원회도 카드사 결제와 간편 결제는 직접 비교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계속되는 민원에 결국 금융권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정 원장이 직접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입장을 밝힌 이상 당분간 빅테크 업체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금융사에겐 부수업무 확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지원 등 신사업 진출 기회가 확대된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