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단어 게임이 미국과 영국 사이에서 재미있으면서도 자못 진지한 분란을 만들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워들 게임 예시. /워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워들 게임 예시. /워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워들(Wordle)이라는 영어 단어 게임이 유행한다. 매일 총 다섯 글자로 이뤄진 단어를 최대 6번 시도 안에 유추해 맞추면 된다. 게임 도전자가 다섯 글자로 이뤄진 단어를 아무거나 입력하면 정답에 있지만 위치가 틀린 글자, 정답에 있는 글자면서 위치까지 정확한 글자, 정답에 없는 글자 등이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된다. 이를 활용해 정답을 맞춰나가는 방식이다.

간단한 게임 방식처럼 동작 환경도 간단하다. 따로 앱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웹을 통해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워들은 입소문을 타며 1월 현재 270만명의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워들은 조시 워들(Josh Wardle)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현재 그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퍼즐을 좋아하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워들을 만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며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한 영국 사용자가 워들에서 미국식 철자로 된 단어를 발견하고 격분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갈등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단어는 ‘FAVOR(호의, 친절)’다. 영국에서는 같은 뜻의 단어를 ‘FAVOUR’로 쓰고 있다. 해당 사용자는 트위터를 통해 "FAVOR가 아니라 FAVOUR다"라고 항의했다. 또 일부 이용자는 워들 게임의 공식 웹사이트가 ‘co.uk’ 도메인을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워들에서는 미국식 영어가 아닌, 영국식 영어를 쓸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한 단어가 여러 방식으로 쓰일 수 있을 때 이용자들에게 경고해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자인 조시 워들은 이 같은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이용자들이 워들에서 정답으로 제시된 단어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사례는 더 있다. ‘tapir’(맥, 코가 뾰족한 돼지 비슷한 동물)와 ‘rebus’(수수께끼) 같은 단어다. 이 단어들은 영국인에게는 덜 친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영국에서 1월 초 ‘rebus 의미’, ‘tapir 의미’ 같은 용어의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사용자는 트윗을 통해 "오늘 워들은 영국의 누구에게도 호감(favour)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잔혹한 미국식 철자법이다"라며 "나는 영국인이 워들을 개발한 줄 알았다"고 썼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