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애플이 한국에서는 매출의 0.9%만 법인세로 냈지만, 전세계 매출 대비 법인세 비중은 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애플코리아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매출 원가를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폰 13프로 /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폰 13프로 /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2021년 미국 증권 거래소에 제출된 애플 보고서와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총매출액 대비 한국에서의 영업이익률은 1.6%인 반면 애플 글로벌 영업이익률은 29.8%에 달해 한국보다 18.6배 높았다.

애플코리아 영업이익률이 낮은 만큼 납부한 법인세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총매출액 7조 971억원 중 0.9%인 628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한 반면, 애플 전체적으로는 총매출액 3658억 1700만달러 중 4.0%인 145억 2700만달러를 납부해 4.3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율이 크게 낮은 것은 한국이 주요 제품을 싱가포르 법인인 ‘애플 사우스 아시아’를 통해 수입하면서 매출액 대부분을 수입대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내 매출액 7조 971억원 중 95%인 6조 7233억원을 지불했다.

애플코리아 영업이익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별 회계처리 기준(R&D 비용 및 기타 비용 등 회계처리 차이 조정 전) 미주지역 영업이익률은 34.8%, 유럽 36.4%, 중화권 41.7%, 일본 44.9%, 기타 아태지역은 37.2%에 달해 한국에 비해 21.7배에서 28배까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를 과도하게 높게 잡아 영업이익을 낮춘 것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ECD 자료를 인용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OECD 37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았다.

특히, OECD평균 법인세 최고세율 21.2%보다 높고 미국 21%(18위), 일본 23.2%(14위), 중국 25%, 싱가포르 17%로 글로벌 보고서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을 낮춰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은 글로벌기업들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해 양정숙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기업인 넷플릭스도 한국 매출액 4150억원 중 77%를 본사에 이전해 영업이익률을 2.1%로 크게 낮춘 뒤(본사 18.3%에 비해 9분의 1 수준) 세금은 21억원만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숙 의원은 "글로벌기업들이 한국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투자와 고용, 사회적 기여를 더 늘여야 할 마당에 오히려 영업이익을 줄여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 "한국 시장과 유사한 환경에 있는 중국, 일본, 기타 아시아태평양과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조정해 정상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정책당국에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