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국산 1호 디지털치료제(DTx) 허가를 목표로 세운 디지털 의료기기 벤처기업이 다수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계가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 후유증 치료부터 치매 개선까지 디지털치료제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올해 어떤 치료제들이 등장할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산 1호 디지털치료제(DTx)를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의료기기 벤처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픽사베이
국산 1호 디지털치료제(DTx)를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의료기기 벤처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픽사베이
바이오벤처 업계에 따르면 뉴냅스, 웰트, 에임메드, 라이프시맨틱스, 아리바이오 등이 연내 디지털 치료제 출시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형태,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법제상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 치료 기능을 가진다. 또 타 약물이나 치료법과 병행돼 환자의 질병 케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만 총 20여종의 디지털치료제가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치료제 개발 기업 중 임상시험 마지막 관문인 확증임상 및 개발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곳은 뉴냅스다. 2019년 뇌졸중 후유증으로 나타난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뉴냅비전’으로 임상에 진입했다. VR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뉴냅스의 경우 2020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기 전 임상계획을 승인받았다. 다만 임상 진행 사항을 따로 공개하진 않고 있다.

웰트와 에임메드는 모두 불면증을 적응증으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우선 웰트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수면패턴을 개선하는 ‘필로우Rx’에 대한 확증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필로우Rx는 의사의 처방 하에 인증 코드를 입력해야 사용 가능한 전문 의료 플랫폼으로 스마트폰 앱 형태로 개발됐다.

필로우Rx는 인지행동치료 콘텐츠를 기반으로 환자의 수면패턴을 개선하기 위해 수면 교육, 수면 습관, 수면 시간 등을 설계해준다. 수면제를 처방하기 전 권고하는 1차 치료로 볼 수 있다.

앞서 웰트는 2021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부터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확증임상 주관사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이다. 현재 양 기관에서 환자 모집과 임상시험이 병행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확증임상 종료를 목표하고 있다.

에임메드는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불면증치료제 ‘솜즈’에 대한 임상계획을 최종 승인받았다. 신재원 에임메드 대표는 "임상을 통해 불면증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고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 판매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12주 프로그램으로 올 초 환자 모집에 나선 라이프시맨틱스는 폐암·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등 호흡 재활 훈련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제 ‘레드필 숨튼’을 개발 중이다. 오는 9월 임상 결과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경증 치매예방 및 관련 장애 개선을 위한 디지털치료제 ‘메모:리’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리바이오 측은 이달 출시 후 임상을 진행해 정식 디지털치료제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앱은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 기반으로 장기 기억과 단기기억의 회상을 자극해 치매 예방 및 관련 장애인 경도인지장애 개선을 유도하게 설계됐다. 메모:리 앱은 간단한 제스처로 사진과 음성, 영상 등을 공유하고 그에 따른 앱 이용자의 반응을 기록·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치매 환자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메모:리 앱은 하버드대·다트머스대 전문가들과 아리바이오 플랫폼연구소가 개발했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장인 김상윤 교수,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와 미국정신의학 및 신경학 위원회 소속 전문가와 전문 개발진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능 개발은 완료된 상태로 상용화를 위한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했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당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더라도 공급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가 디지털치료제를 의료기기 품목을 분류해주긴 했지만 보험 등재, 수가 적용 등에서 아직 정책을 최종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질환 적응증과 다른 처방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기술이 나오면 대부분 정책이 뒤늦게 따라가는 면이 있다"며 "디지털치료제 역시 올해 허가 전망은 유력하나 실제 환자에게 처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