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OTT 경쟁 각축장이 된 가운데, 국내 토종 OTT가 선전하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고, HBO맥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토종 OTT 업계는 긴장감을 놓치 못하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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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OTT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OTT 서비스의 시장 선점과 이에 맞서는 국내 토종OTT 맹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의 경쟁력이 신규 가입자 유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토종 OTT가 한국인의 ‘구미’에 적합한 콘텐츠를 야심차게 내놓으면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간한 2022년 모바일 현황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앱 소비자 지출 10위권 내의 OTT 서비스에는 왓챠,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을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왓챠는 카카오톡과 유튜브에 이어 소비자 지출 순위 3위를, 티빙은 8위, 웨이브는 10위를 각각 기록하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종OTT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확보

이는 그동안 넷플릭스에 비해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 역량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토종 OTT 서비스가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가입자 수를 확보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웨이브는 지난해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나 웨이브에서 독점 공급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으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티빙은 지난해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을 히트시킨 영향이 컸다. 쿠팡플레이는 경쟁 OTT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4990원)과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 오리지널 ‘SNL코리아' 등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기로 약진하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의 경우 방송사 연계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각각 웨이브는 지상파3사, 티빙은 tvN·jtbc 등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해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이를 이유로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도 시청자가 즐길만한 새로운 방송 콘텐츠가 꾸준히 채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선을 모아 가입자 수를 늘리는데는 유효하다"면서도 "그러나 시청자가 오리지널 시리즈 몇개를 다 ‘완주'하고 나면 볼만한 새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웨이브나 티빙 등 국내 주요 OTT는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국들이 설립한 매체인 만큼, 매일 방송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다고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유로 국내 OTT 서비스 가입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2월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한 달 동안 1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가 증가했다. 웨이브는 419만명에서 474만명으로 13% 늘었고, 티빙은 같은 기간 264만명에서 417만명으로 58% 증가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1월 52만명에서 9월 200만명을 넘어 12월엔 359만명을 확보해 590%라는 가장 두드러진 성장률을 기록했다.

토종 OTT는 올해에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지속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00억원 이상 투자를 계획한다. 티빙도 매달 1편씩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한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 또한 올해 1000억원 넘게 투자해 차별화 콘텐츠를 확보하고 플랫폼 고도화를 꾀할 전망이다.

앱애니의 2022년 모바일 현황 분석 보고서 갈무리
앱애니의 2022년 모바일 현황 분석 보고서 갈무리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한국 진출 전망

올해 국내 OTT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HBO맥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가 잇따라 상륙하는 가운데 투자도 한층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보다 10편 늘어난 25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초대박'에 따른, 한국 제작진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외 국외에서 넷플릭스 경쟁자로 뛰고 있는 중요 글로벌 OTT가 국내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HBO맥스를 운영하고 있는 워너미디어는 최근 국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오리지널 드라마인 '멘탈리스트'의 국내판도 촬영이 마무리돼 HBO맥스의 국내 상륙과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 HBO맥스는 지난해 ‘MADE FOR LOVE’ 시리즈로 글로벌 앱 다운로드수가 61% 늘었다.HBO는 워너미디어(WanerMedia) 산하의 미국 대표 유료 케이블 채널로,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 '프렌즈'를 대표 콘텐츠로 내세우며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

또 다른 OTT 강자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한국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넷플릭스에 이은 글로벌 2위 OTT 플랫폼으로 지난해 가입자 2억명을 넘겼다. 지난해 5월 대형 제작사 'MGM스튜디오'까지 인수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 최근 한국어 자막을 확대하는 등 한국 정식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직은 어떤 구도로 재편될지 알기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코드커팅(유료 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만큼, OTT업계도 소수만이 살아남기 보다는 여러 OTT가 각자의 특색을 무기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다자구도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