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2500억달러(약 300조원) 증발했다. 부진한 실적과 경쟁사 압박에 더해, 메타가 사명까지 바꾸며 사활을 걸고 있는 메타버스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 상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 상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3일(현지시각) 메타의 주가는 전날 대비 26.39% 하락한 주당 237.76달러에 마감했다. 2012년 상장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로 인해 시총은 약 300조원이 증발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손실액으로는 최대다. 4일 기준 한국 주식 시장에서 시총 300조원을 넘는 단일 기업은 삼성전자(약 442조원)가 유일하다.

메타의 역사적 주가 하락은 하루 전날 있었던 실적 발표로 촉발됐다. 2021년 4분기 수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데다, 2022년 1분기에도 느린 성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와 험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럴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이 빠르게 성장하며 메타를 위협하고 있고,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으로 인해 메타는 비즈니스 모델에 손상을 입었다.

애플의 새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애플리케이션이 사용자 디지털 습관을 추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타깃 광고를 하는 메타는 이로 인해 올해 광고 매출에서 약 100억달러(약 12조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플레이션 및 공급망 붕괴와 같은 거시경제적 상황도 메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가 광고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에 더해 메타버스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타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관련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 투자자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메타는 실적 발표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에 관한 재무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2021년에만 101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영업이익(약 467억5300만달러)의 약 22%에 이르는 금액이다. 매출은 22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더해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은 의미있게 증가할 것이다"고 밝혔다.

미 CNBC 방송은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이 메타의 전체 수익성에 걸림돌이 됐다며, 리얼리티 랩스가 없었다면 메타는 2021년 한 해 동안 56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메타의 임원들은 이미 그들의 비전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15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며, 메타버스와 관련해 메타가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마인드셰어 월드와이드의 글로벌 최고디지털책임자인 톰 존슨은 "투자자들은 메타버스가 수익성 있는 현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지표로 이러한 수치(리얼리티 랩스에 관한 재무 정보)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퍼블리시스 사피엔트의 기술 분석가인 라즈 샤는 "메타버스에 대한 메타의 입장에 현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애플의 정책 변화 이후 수익을 내거나 광고 매출의 공백을 메우기엔 메타버스는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과 통화에서 어려움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의 방향은 명확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길이 매우 완벽하게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메타버스를 향한 변화를 옹호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지속적 성공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사용하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