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삼성 TV 사업, 명분에 밀려 실리 잃지 말아야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2.09 06:00
삼성전자 TV 사업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경쟁사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자사 TV에 탑재하는 시점을 놓고 고민이 길어진다. 양사가 당장 거래를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판이 엎어질 수도 있다는 설도 나온다. 과거 LG전자 OLED TV에 부정적 마케팅을 한 업보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끝까지 잡고 있는 셈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 거래 관련 질문에 "구매한다, 안 한다 개념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이 2021년 4월 IT조선 보도에서 밝힌 "루머일 뿐"이라는 부정적 입장에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 거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은 물론 OLED TV 출시 시점을 놓고 한템포 쉬어가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히려 미니 LED TV인 ‘네오 QLED’의 올해 판매 목표를 300만대 이상으로 잡으며, OLED TV가 당장 필요없다는 듯한 자신감도 드러낸다.

삼성전자가 QLED 집중 전략을 밀어 부치는 것은 최근 LCD 패널 가격이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021년 여름 급등한 LCD 패널 가격은 정점을 찍고 인하를 거듭했다. 현재 가격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OLED 보다 더 크고 더 저렴한 LCD 기반 TV가 향후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W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프리미엄 TV 시장이 커질수록 LCD가 아닌 OLED TV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도 점차 급증하고 있다. 2021년 OLED TV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에서 고화질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2020년 447만대보다 45.4% 성장한 650만대에 달했다. 올해는 800만대 이상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결단을 망설이는 이유에는 LG전자와 TV 전쟁의 역사를 아는 소비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했다. 최근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WOLED 패널 탑재 TV를 연내 국내 시장에 출시하지 않을 것이란 결정을 내린 것 역시 이런 부담이 적지 않아서 였다는 내부 목소리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 OLED TV를 공식 출시했지만, 수율 문제로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LG전자 OLED TV의 번인(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우려를 지적하는 마케팅을 지속 펼쳐왔다. 한 부회장도 2020년 1월 열린 CES 2020 당시 ‘OLED TV를 영원히 출시하지 않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삼성전자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QLED만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은 현시점에서 ‘오만’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TV 패널 수급 대부분을 중화권 제조사에 의존할 경우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을 이미 지난해에 경험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QD디스플레이(QD-OLED) TV는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많은 이들이 답을 알고 있다.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는 QLED 라인업에 OLED를 빠르게 연착륙시켜 세계 TV 시장 1위를 공고히 하는 전략이다. LG전자와 TV 전쟁에서 졌다는 일부 소비자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 TV 사업이 ‘넥스트 레벨’로 나아가기 위해 온전히 감내해야 할 몫이다. 더이상 명분 때문에 실리를 잃는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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