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거래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최근 일부 매체의 보도는 와전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9일 삼성전자와 OLED 협상 결렬설에 대해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사실 무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2년형 LG 올레드 TV / LG전자
2022년형 LG 올레드 TV / LG전자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 거래에 대한 질문에 "구매한다, 안 한다 개념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 거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 한 매체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5년 물량 개런티 요구를 거절하고 WOLED 패널 협상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자·디스플레이 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를 양사 간 협상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 정도로 해석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협상에서는 서로 민감한 조건을 내거는 등 강수(強手)를 두기도 한다"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협상을 체결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CD 패널 가격이 하락 추세지만, (가격경쟁력과 별개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CD 기반 TV는 판매가 축소되는 등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세트 판매 전략에서 답을 찾기에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CD 기반 TV만으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실제 프리미엄 TV 시장은 LCD가 아닌 OLED TV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차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OLED TV 출하량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에서 고화질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2020년 447만대보다 45.4% 증가한 650만대에 달했다. 올해는 800만대 이상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는 QD디스플레이(QD-O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격도 같은 크기의 WOLED TV보다 비싸 흥행이 불확실하다. QD디스플레이의 출시가 오히려 WOLED TV의 가격 경쟁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QD디스플레이 TV가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WOLED TV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생겨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못 이기는듯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 패널을 공급 받아 새로운 버전의 OLED TV를 출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