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라는 이름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1등 전도사’다. 과거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을 각각 LCD패널과 전기차배터리 분야 1위권 기업으로 만들었고, LG유플러스 CEO 재임 당시에도 만년 3등을 탈피해 1등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1등 DNA’를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11월 1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했다. 이번에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에 매진 중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폭풍 성장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내준 1위를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 LG에너지솔루션
권 부회장은 1월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CATL보다 수주잔고가 더 많다"며 "향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CATL을 추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점유율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배터리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보다 3.1%포인트 하락한 20.3%를 기록했다. 반면 CATL은 자국 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2020년 대비 8.0%포인트 상승한 32.6%의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2.3%포인트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1위 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2021년 세계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296.8GWh) 가운데 중국 시장은 149.2GWh로 점유율 50.3%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56.0%에서 2020년에 43.7%로 떨어졌다가 2021년 다시 일정 부분 회복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전기차 시장보다 중국 시장의 성장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1위 도전 발언을 두고 허언이 아닌 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태동 단계인 만큼 배터리 기술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점유율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471만7728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8%에 불과했다.

미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성능은 주행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3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원료로 한 '삼원계’ 배터리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CATL은 사실상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올인한 상태다. 향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술에서 LFP 보다는 삼원계가 우위에 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초기 전기차 시장은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LFP 배터리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지만, 6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대중화 되는 시점에는 삼원계 배터리가 압도적 비중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 부회장도 1월 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그 결과 CATL과 달리 다양한 글로벌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생산기지도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글로벌하게 갖춰진 것도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배터리를 사용하는 정책에 따라 CATL이 어렵지 않게 매출을 늘렸다고 본다"며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유럽과 미국 쪽에도 고객을 확보해야 할 텐데 만만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연간 15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현재 20% 수준에서 2025년에는 20%중반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