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허가신청서(NDA) 승인을 획득하면서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항암제 시장은 대표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이 다수 탄생하는 지역이라 포지오티닙의 미국 진출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FDA로부터 포지오티닙을 ‘HER2 Exon20 삽입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신약 시판허가 신청서(NDA) 승인을 받고, 정식 허가를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포지오티닙과 동일한 적응증을 가진 FDA 승인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NDA는 포지오티닙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 임상(ZENITH20) 중 긍정적으로 도출된 코호트2(과거 치료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엑손(Exon) 20번 유전자 변이 양성의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포지오티닙은 2015년 한미약품이 미국 항암 전문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중국과 한국 시장 판권은 한미약품이, 다른 국가 판권은 스펙트럼이 갖고 있다. 스펙트럼은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FDA에 NDA를 제출했다.

앞으로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PDUFA)’에 따라 오는 11월 24일 내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DA는 승인을 위해 임상 3상 단계에 해당하는 확증 임상(confirmatory trial) 진행이 중요하다고 밝혔으며, 용법 용량 관련한 추가 정보도 요청한 상태다. 또한 FDA는 현재 시판허가 신청서에 대한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만약 포지오티닙이 허가를 획득하면 국산 신약이 미국 항암제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항암제 시장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포지오티닙의 블록버스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포지오티닙이 FDA 허가를 받으면 글로벌에서 3조원에 달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달러(240조원)인데, 미국 시장이 그 절반인 1000억달러(12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에서 항암제 허가를 받은 적은 있지만, 저분자화합물 복제약이거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었다.

한미약품은 포지오티닙 미국 시판을 가시화하기 스펙트럼과의 계약도 손봤다.

지난해 스팩트럼은 1~3분기까지 지출한 현금(1억1869만달러)이 보유 자산(1억744만달러)보다 많아 경영 불안정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한미약품은 시판 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성과금(마일스톤)을 낮추는 대신 매출에 따른 로열티 비율을 올렸다. 마일스톤 금액만큼 로열티를 받기 전까진 두 자릿수 후반대로 매출 대비 로열티 비율을 높였다가 이후 두 자릿수 중반대로 비율을 낮췄다. 2000만달러(240억원) 규모 스펙트럼 지분도 매입하기로 했다.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의 첫번째 신약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론론티스’ 역시 상용화 추진 중이다.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바이오신약으로 치료 주기 당 1회만 투여하면 되는 약물이다.

지난해 8월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냈지만, 제조시설 결함으로 서류 보완을 요구받은 바 있다. 롤론티스 생산은 한미약품이 담당한다. 스펙트럼은 올 1분기 중 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의 미국 시장 진출은 국내 제약바이오 케파가 확장되는 중대한 사건이 될 전망이다"며 "더불어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의 물꼬를 트는 역할까지 수행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