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 방해 등으로 비판의 화살을 받고 있는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과 관련한 논란에도 휩싸였다.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다양한 방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인 모습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은 대내외적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우선 세아베스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원이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공론화가 됐다. 특히 가해자들이 2~3개월의 정직처분만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불거졌다.

최근 세아베스틸은 공정위 현장조사 방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세아베스틸과 소속 직원 등은 2020년 5월 고철 구매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공정위의 현장 방문 당시 업무수첩과 다이어리를 파쇄하고 관련 서류를 은닉한 혐의 및 단체 메신저가 깔려 있는 업무용 컴퓨터 포맷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 세아베스틸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 세아베스틸
세아베스틸은 해당 사안들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며 비판 잠재우기에 나섰다. 직장내 괴롭힘 논란의 경우 일부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통해 당초 김철희・박준두 공동대표 체제였던 세아베스틸은 김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공정위 현장조사 방해와 관련해서는 판결문 전문을 확인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아베스틸은 물적분할 관련 논란에도 휩싸인 상황이다. 세아베스틸은 1월20일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회사들의 수평적 성장을 도모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존속법인 지주회사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 등 주력 자회사의 전문적 전략수립과 경영효율성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설법인 사업회사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본연의 역량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비전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세아베스틸의 물적분할은 무리없이 추진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회사인 세아홀딩스가 세아베스틸 지분을 61.72% 보유하고 있어 3월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세아베스틸의 청사진 제시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세아그룹은 현재 세아홀딩스라는 지주사가 있다. 만약 세아베스틸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가 설립될 경우 ‘옥상옥’ 즉, 지주사 위에 또 지주사가 있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이때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세아홀딩스의 위치가 애매해져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현재 세아홀딩스의 주요 계열사인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 모두가 상장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는데 사아베스틸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시되는 지점은 사업회사의 상장이다. 세아베스틸은 물적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대두되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앞서 물적분할을 결정한 포스코의 경우 정관에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세아베스틸은 성문화된 약속이 아닌 구두를 통해 사업회사의 상장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추가 자금 확보 필요성 대두 등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자 세아베스틸은 주주친화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아베스틸은 내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할 예정인데 이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또 세아베스틸은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직장내 괴롭힘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진정성있는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가 우선이라 판단돼 유족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며 "다만 세부 논의사항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벌금형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문 전문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판결문이 오면 법무팀 등에서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아베스틸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사업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정관에 삽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공식입장으로 사업회사 IPO는 없다고 밝혔다. 이 역시도 약속이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