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과 확산은 지구와 인류를 위한 결정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오염의 주범에서 벗어나 전기차 생산에 나선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한국을 비롯한 각 정권의 지원 세례도 옳은 일이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에도 명확한 자금 확보와 세금 징수 계획이 필요하다. 전기차는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사용연료도 다르고, 연관 산업에도 차이가 있다. 자연스레 과세 체계 역시 함께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현 정부도, 20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도 ‘전기차 보급과 혜택'에만 집중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확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정책도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자금을 출원해 지원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필연적으로 감소하는 유류세 등 기존 자동차 관련 세금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현 정부는 물론,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모두에게 부족한 부분이다. ‘돈을 쓰겠다는 사람'은 있는데, 정작 여기에 쓰이는 막대한 자금과 구멍 뚫린 재원을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국가적, 글로벌적 추세인 만큼 지금부터 과세체계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변명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국내에서만 2000만대 이상이 등록돼 가정의 생활필수품에 가깝다. 휘발유 등 연료세 등 자동차 관련 세금은 국민과 가까이 있는 만큼, 전기차로 거의 전환이 되고 나서야 뒤늦게 과세 체계를 급격히 바꾸면 국민의 체감 충격도 클 수 밖에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과세체계에 대한 몸살이 하나 둘 나타나는 추세다. 전기차 전환 선진국 노르웨이도 유류세 등 기존 자동차세 수입 감소가 고민거리다. 시장 조사 기관 로 모션(Rho Motion)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노르웨이 자동차의 65%이상이 전기차다. 자동차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바꾸는 동안, 자동차 관련 세금 수입은 2013~2021년 사이 40%쯤 감소했다.

따라서 새로운 자동차 관련 과세 체계는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과 공을 들여’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 관련 세금 정책도 주먹구구식, 차종별 차별로 인한 허점이 여전히 존재해 근본부터 뜯어고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토부에서 2021년 차종별 분류 등을 새롭게 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 용역에 들어갔지만, 전기차 시대에 맞는 더 적합한 과세 체계 연구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여전히 더 필요하다. ‘아직은 괜찮다'라는 말로 미루다가 과세 체계에 나는 상처를 방치하면, 끊임없이 덧날 뿐이다. 2022년 새롭게 탄생하는 정부에서는 전기차라는 물결을 새로운 과세 체계에 담으려는 노력과 움직임이 나오길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