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금융이라고 지금 지원은 받고 있지만, 규모가 좀 커지면 핀테크라는 이유로 바로 제재 대상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최근 한 핀테크 기업인은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는 있지만, 정작 혁신의 주체라는 핀테크사들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신들이 혹시나 토스나 카카오뱅크처럼 규모가 커지면 감독당국의 타깃이 될 거란 인식이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우려는 금감원이 반복적으로 "빅테크와 은행 사이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 없애고, 같은 업무를 다루는 만큼 규제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데서 비롯됐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플랫폼 간담회’ 자리에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와 금융사 간 규제차익을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와 금융사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핀테크 업계 입장에서는 ‘테크 기반 기업은 압박하고, 전통 금융사의 미래금융만 지원하겠다’로 읽힌다. 실제 이후 나온 금융당국의 후속작업들은 이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1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업무계획을 보면, 금감원은 ‘디지털화 등 구조적 변화 가속화’를 올해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라고 명시했다. 이에 나온 대책이 빅테크에 대한 감독 강화다. 금융플랫폼 수수료 비교공시도 그래서 나왔다. 올해 안에 ‘한국형 빅테크 감독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금융 지배력이 확대되고, 경쟁이 격화하면서 소비자 보호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취약한 사업자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 전망한다.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계약을 강화하거나 부실 상품을 판매하고 중개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회사가 나올 것이란 예상에 근거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빅테크에 관해 금융혁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니 두 가지를 조화롭게 연계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 기업에게 규제라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면, 기존 대형 금융사에게는 은행업의 부수 겸영업무 확대 등 당근으로 응답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등 기존 금융권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열어주고 있다. 물론 ‘소비자 보호와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테크 기업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

디지털 금융을 무기로 내세운 빅테크사들은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빅테크사가 내놓은 금융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보면 토스 1400만명, 카카오뱅크 1250만명, 카카오페이 2150만명이다. 금융사 상위권 앱인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900만명, 신한은행의 쏠이 858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상당하다.

빅테크 산업의 성장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은 보다 빠르고, 편리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만든 것이다. 미래금융을 말하는 금융당국의 공정이 혁신기업에 대한 발목잡기와 기존의 대형 금융사의 신산업 열어주기인 건 아닌지 우려된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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