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3분기 해소를 전망했던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와 달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부정적 전망을 잇달아 내놓는다. 연내 해소는 고사하고 2023년, 최악의 경우 2024년쯤 돼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물량을 줄이면서 시작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완성차 구매율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병목현상은 1년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제너럴 모터스(GM)의 허머EV 생산라인 전경 / GM
제너럴 모터스(GM)의 허머EV 생산라인 전경 / GM
완성차 업계는 16일 2022년 3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 중이다.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3분기 낙관론을 내놨으며,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 CEO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완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2020년쯤 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이후 폭등한 글로벌 완성차 시장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탓이 컸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던 반도체 파운드리(설계된 반도체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는 일찌감치 가전용 등으로 생산라인을 바꿨다. 글로벌 산업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상승도 겹쳐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됐다.

현대 자동차에는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차량 전장 시스템 전반을 제어) 등 다양한 반도체가 투입된다.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나 좌석 센서 등 첨단 기능을 빼고 차량을 생산해야 해 상품성이 크게 낮아진다.

완성차 업계는 현재 어쩔 수 없이 자구책으로 생산량을 크게 줄이거나, 몇몇 기능을 빼고 생산을 강행하는 중이다. GM처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적용할 수 없는 기능은 우선 출고 후, 3분기 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면 무상 장착해주는 것을 약속하는 곳도 나왔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를 예상한 라인하르트 플로스 인피니언 CEO / 인피니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를 예상한 라인하르트 플로스 인피니언 CEO / 인피니언
하지만 완성차 업계와 달리 차량용 반도체의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반도체 업계는 부정적인 전망이 여전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2년 3분기는 커녕 2023년에도 조속히 해결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4년까지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라인하르트 플로스 인피니언 CE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제한이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생산량 회복은 여전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는 계속 타이트한 상황을 유지하거나 2023년쯤에야 일부 품목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피니언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차량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주요 기업으로 업계 2위쯤에 올라있다. 인피니언은 특히 추후 일부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핵심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업계는 최근 차량용 시장의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스템 향상 등이 가속화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계속해서 크게 초과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 등 고급화된 운전자보조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에는 더 많은 차량용 반도체가 포함된다"며 "전기차의 경우 2000개쯤의 차량용 반도체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들어가는데,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모델의 비율이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 수요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