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로 대표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 사용료 갈등이 글로벌 단위로 확대한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국내외 통신 사업자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비용과 환경 이슈를 근거로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국내 관련 법 제정과 소송 진행 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통신 업계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MWC 2022에서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한다. GSMA는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사업자를 포함해 세계 750개 통신 기업이 회원사로 속한 단체다.

GSMA는 MWC를 맞아 현지에서 회의를 열고 글로벌 CP를 상대로 한 망 이용료 지급 관련 안건을 논의한다. 국내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유럽 등에서 꾸준히 망 이용료 지급 요구가 잇따른 결과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빅테크의 트래픽(데이터양)이 급증하다 보니 이들이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글로벌 단위로 나왔다"며 "GMSA가 논의 결과를 성명서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한 차례 나왔고, 최근엔 세션이나 세미나 방식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GSMA가 이번 안건 논의에서 망 사용료와 관련한 비용 이슈와 함께 환경 이슈도 논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빅테크 중심의 트래픽 급증이 과도한 데이터 사용에 따른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글로벌 단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 중이다. 2021년부터는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민사 소송이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했고, SK브로드밴드도 반소(민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한 상태다. 항소심 1차변론은 3월 16일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CP가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여럿 나왔다. 관련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과 전혜숙 의원, 앙정숙 의원과 함께 이원욱 과방위원장, 김상희 과방위 부위원장도 각각 관련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GSMA가 이번 MWC에서 글로벌 CP를 상대로 한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할 경우 이같은 결정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소송과 법안 추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대선 기간이다 보니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3월에 소송 일정이 있는 만큼 그때 국회에서도 맞춰서 논의를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MWC에서 글로벌 CP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요구 성명이 나온다면 당연히 법안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재판 과정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단위로 망 사용료 논의가 이어진다면 (재판부가) 단순히 기업 대 기업 이슈로만 소송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사업자끼리 해결하라고 판결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