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띤 경쟁을 벌인다. 최근 경쟁은 카메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이달 카메라 성능에 강점을 둔 갤럭시S22 시리즈를 선보이자 애플은 고급형 아이폰만으로 찍은 박찬욱 감독의 단편 영화를 공개했다. 향후 카메라 성능을 내세운 제조사 간 경쟁은 지속할 전망이다.

애플이 18일 공개한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 메이킹 필름 이미지. 일장춘몽은 아이폰13프로만 촬영됐다. / 애플
애플이 18일 공개한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 메이킹 필름 이미지. 일장춘몽은 아이폰13프로만 촬영됐다. / 애플
애플은 18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을 공개했다. 일장춘몽은 호러와 액션, 로맨스,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복합적으로 담은 21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4로 찍은 단편 영화(파란만장)를 선보인 데 이어 11년 만에 아이폰으로 촬영해 내놓은 새 작품이다.

박 감독은 이번 작업에서 아이폰13프로를 활용했다. 카메라 렌즈 등 추가 장비 없이 여러 대의 아이폰13프로만으로 영화를 촬영했다. 저조도 기능을 활용해 빛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야간 촬영을 하고, 피사체를 파악해 자동으로 초점을 전환해주는 시네마틱 모드로 빠른 포커스 전환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실내외 등 다양한 장면 연출로 스토리를 끌고 갈 수 있던 이유다.

애플은 샷 인 아이폰(Shot in iPhone) 캠페인 차원에서 이번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폰 카메라 성능을 뽐내고자 유명 감독과의 단편 영화 시리즈를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이는 캠페인이다. 시장 관심을 유도하면서 아이폰이 프로급 카메라 성능을 갖췄음을 증명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모바일 업계는 애플이 현시점에서 박찬욱 감독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선보인 배경에 주목한다. 애플의 의도 여부를 떠나 시기 면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갤럭시S22 시리즈와의 카메라 성능 경쟁을 의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에서 자사 주력 모델인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했다. 갤S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매해 상반기 선보이는 모델로, 상반기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주요 제품이다. 현재 국내와 미국 등에서 사전 판매를 진행 중이며 정식 출시는 25일이다.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 일주일 전 애플이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며 아이폰13 시리즈에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왼쪽부터 갤럭시S22 울트라와 갤럭시S22 플러스, 갤럭시S22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왼쪽부터 갤럭시S22 울트라와 갤럭시S22 플러스, 갤럭시S22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22 시리즈를 언팩에서 공개하기 전부터 카메라 성능을 강조했다. 트레일러 영상과 광고 등을 통해 야간 촬영 기능을 암시하듯 야간 시력이 뛰어난 호랑이를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언팩에서도 상당 시간을 진화한 카메라 기능 소개에 쏟았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18일 기준 갤럭시S22 시리즈와 아이폰13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게시글과 영상이 여럿 나온 상태다. 단순 스펙 비교에서 갤럭시S22 시리즈를 미리 접한 이들이 직접 아이폰13 시리즈와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리뷰 후기도 보인다. 소비자 관심이 그만큼 집중됐다는 증거다.

2021년 하반기에 나온 아이폰13 시리즈는 ▲아이폰13 미니 ▲아이폰13 ▲아이폰13프로 ▲아이폰13프로 맥스 등 4종으로 구성돼 있다. 기종별로 카메라 성능에 차이가 있으며 최상위 모델인 아이폰13프로 맥스는 1200만화소 3개(트리플) 카메라에 최대 15배 디지털 줌을 지원한다. 접사 및 야간 촬영 기능을 확대하면서 시네마틱 모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갤럭시S22 시리즈는 ▲갤럭시S22 ▲갤럭시S22 플러스 ▲갤럭시S22 울트라 등 3종이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2 울트라에서 4개(쿼드) 카메라를 지원하며 광각 렌즈는 1억800만화소다. 100배 디지털 줌에 이미지 센서 크기를 키우면서 자동 초점 기능과 전문가급 촬영을 지원하는 기능도 포함했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화소 등의 단순 스펙보다는 세부 기능을 더한 촬영 결과물을 비교하는 게 좋다"며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한 상황에서 제조사가 모두 카메라 기능에서 차별점을 두려 하는 만큼 향후에도 관련 기능에서 경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2억7100만대)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애플(2억3800만대)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애플의 성장률이 두드러지면서 양사 간 출하량 차이는 2020년(5660만대)보다 줄어든 3300만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