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스로 게임을 실행했을 때 너무 좋았어요. 눕거나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게임만 했어요. 게임 초기엔 규칙이나 방법을 몰라서 엄마가 알려주셨는데, 지금은 저를 도와주시는 활동 지원 선생님들보다 더 잘 알고, 할 수 있어요."

뇌 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이충현 씨 말이다. 그는 지난해 ‘같이게임, 가치게임’ 자조모임을 통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뇌 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이충현씨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국립재활원이 발간한 보조기기 활용지침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다’ 갈무리
뇌 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이충현씨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국립재활원이 발간한 보조기기 활용지침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다’ 갈무리
‘같이게임, 가치게임’ 자조모임은 노인장애인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뇌 병변 장애인과 함께 게임 접근성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모임이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진행됐다. 2020년 말, 뇌 병변 장애인의 보호자 다섯 명이 "장애인도 게임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보조기기열린플랫폼’에 던지면서 시작됐다. 뇌성마비로 인해 이동, 손의 조작, 인지, 시지각 기능이 저하된 15~25세 사이의 남성 다섯 명이 참가했다. 이들 모두 장애로 인해 게임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누구나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사실 그렇지 않다. 자조모임은 이에 기초 조사 결과와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각 참가자에 적합한 장비를 맞췄고 이들은 국립재활원에 모여 다양한 게임을 함께 체험했다. 게임 경험담과 어려운 점 등은 서로 공유했다.

이동에 도움줬던 휠체어가 게임에는 오히려 방해요소

특히 뇌 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이씨의 경우는 게임을 즐기기가 더욱 힘들었다. 플레이스테이션 모션 게임은 그의 휠체어가 오히려 방해요소가 돼 동작을 방해했다. 닌텐도 위(Wii)를 활용한 게임은 이씨의 어머니가 손을 잡고 도와줘야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작업치료사는 이씨 어머니에게 "충현씨도 혼자 할 수 있다. 손을 묶어주라"고 조언했다. 이후 이씨가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위 리모컨을 개조했다. 눌리지 않아야 하는 곳에는 보호대를 붙이고, 고정할 버튼은 고무줄로 묶었다. 압박 붕대를 사용해 리모컨을 손에 묶고, 스트랩을 사용해 발을 고정시키고, 고관절 보호를 위해 무릎 사이에 수건을 넣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몇 주 만에 동작들이 익숙해지며 힘을 뺄 수 있었고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저는 게임을 하고 나서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있고, 신나게 땀 흘리면서 웃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게 맞는 새로운 게임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장애인에게도 새로운 취미와 자신감 부여

연구진으로 참여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게임앤라이프랩은 이러한 자조모임을 통해 참여자들이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가족 관계도 좋아지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나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5개월간의 여정을 통해 장애인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에 대한 정보 ▲게임 컨트롤러의 접근성 ▲게임 콘텐츠의 접근성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200여가지의 위 게임 중 현재 이충현씨가 할 수 있는 게임은 신체적 제약으로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다양한 게임 콘텐츠와 콘솔, 컨트롤러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과 가정에서 게임 환경을 조성하고 게임에 접근하기까지의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플레이어들은 비장애인, 장애인 플레이어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며 "실제 장애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 피드백을 거친 (게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