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살았다. 가격 만큼 청정 능력을 발휘하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평소 환기만 잘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다. 좁은 집안 내에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녀석을 굳이 둬야하는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새집 입주를 앞두고 실제로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를 사용해본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다이슨 공기청정기의 유혹에 반쯤 넘어갔다. 2주간 공기질 관리 집사 역할을 톡톡히 해준 이 제품을 자세히 살펴봤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외관 / 이광영 기자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외관 / 이광영 기자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디자인은 그동안 출시한 제품들과 비슷하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타원형 루프, 센서, 필터를 감싼 장치가 한몸을 이룬다. 높이 105㎝, 폭 22㎝, 무게 4.86㎏으로 슬림한 편이다. 한 손으로 들고 옮기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와 크기다. 전선 길이는 1.8m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전원을 켜면 원형으로 된 LCD 디스플레이가 작동한다. 바람 세기, 공기질, 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농도 등 여러 항목을 수치와 색상으로 표시해준다.

세로 10㎝쯤 길이인 리모컨으로도 공기청정기를 작동할 수 있다. 리모컨에는 자석을 넣어 공기청정기 루프 상단에 착 달라붙도록 했다. 리모컨을 루프 상단에 붙여놓는 습관을 들이면 필요할 때 찾느라 시간을 쓰는 일은 없겠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루프 상단에 붙은 리모컨 / 이광영 기자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루프 상단에 붙은 리모컨 / 이광영 기자
다이슨 링크 앱을 이용하면 리모컨과 같은 방식의 구동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보지 않아도 앱을 통해 간편하게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이산화질소(NO2) 수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 구동에 익숙해지면 리모컨에 손을 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공기청정기를 전달받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파괴한다는 문구였다. 다이슨은 포름알데히드 감지·파괴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우기 위해 제품명에 이를 포함시켰다.

포름알데히드는 발암물질의 일종으로 알려진 무색의 가스 오염 물질이다. 합판이나 섬유판이 내장된 가구 또는 목조 제품, 단열재, 페인트나 벽지, 광택제, 청소용품 등 다양한 일상용품에서 방출된다. 포름알데히드 입자 크기는 0.1마이크로미터(㎛)의 500분의 1 정도로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거하지 않을 경우 가스 배출 현상이 지속돼 장기간 노출이 불가피하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링크 앱 화면 / 이광영 기자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링크 앱 화면 / 이광영 기자
이 제품에는 미세먼지 및 유해 가스를 제거하는 헤파 필터와 활성 탄소 필터가 결합된 ‘360도 글라스 헤파+카본 필터’와 포름알데히드를 파괴하는 ‘선택적 촉매 산화 필터’ 등 두 개의 필터를 장착했다.

포름알데히드만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고체 형태의 센서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센서가 공기 중 포름알데히드를 감지하면 선택적 촉매 산화 필터는 이를 지속적으로 파괴한다.

다이슨은 이 촉매 필터에 크립토멜레인(cryptomelane) 광물과 동일한 구조로 이뤄진 독특한 코팅을 입혔다. 이 코팅에 포함된 원자 크기 수준의 터널 수십억개가 포름알데히드를 극소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파괴한다. 촉매 코팅은 공기 중 산소에 의해 재생되기 때문에 별도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오토모드’ 모습 / 이광영 기자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오토모드’ 모습 / 이광영 기자
실제 하이라이트에서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하면 0이었던 포름알데히드 수치가 0.1㎎/㎥ 내외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공기 흐름 속도가 올라가면서 공기 정화가 시작되고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통해 정화된 공기를 방 안 전체로 분사하는 과정을 지속한다. 공기질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는 1시간 이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공기청정기는 필터뿐 아니라 제품 전체가 헤파(HEPA) H13 등급에 충족하도록 봉인됐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반려동물의 비듬, 꽃가루 등 0.1 마이크로미터만큼 작은 입자를 99.95% 제거하고, 신종 인플루엔자 A로 알려진 H1N1 바이러스도 제거한다. 활성 탄소 필터는 벤젠과 같은 휘발성 유기 화합물, 이산화질소 등의 유해할 수 있는 가스와 공기 중 냄새를 제거해준다.

사용자는 정지된 상태는 물론 45·90·180·350도 등 5가지 회전모드를 공간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바람이 나오는 방향도 앞면과 후면 중 선택 가능하다.

이 제품은 선풍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름에 쓰면 ‘일석이조’다. 바람 세기는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10단계로 올렸을 때의 소음은 거슬릴 만한 수준이었다. 5단계가 적당한 소음으로 느껴졌다. 에어컨과 함께 쓰면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15분에서 9시간까지 설정한 시간 후 기기가 작동을 멈추도록 설정할 수 있는 슬립 타이머 기능도 있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 다이슨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 / 다이슨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수면 중 오토 모드가 신경쓰일 수 있다.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의 ‘야간 모드’는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디스플레이를 제공하고, 가장 조용한 상태로 주변을 모니터링 해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최적이다.

이 제품은 후면 하단 어댑터를 빼면 즉시 작동을 멈춘다. 현재는 유선으로 작동하지만, 언젠가는 충전 기능을 탑재해 무선으로도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면 더욱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슨 쿨 포름알데히드 공기청정기는 99만원으로 웬만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대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출고가(99만9900원)와 비슷하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게 숨을 쉬고 싶은 소비자에게 추천한다. 수치로 나타나는 공기질 변화를 체감하고 싶거나, 때마침 새집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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