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계 신뢰도 하락과 제약바이오에 매력을 못느낀 주주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주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저평가된 회사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저평가된 회사 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픽사베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자사주를 매입했거나 매입 예정인 금액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주가 매입까지 합치게 되면 그 규모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셀트리온 그룹은 셀트리온제약을 제외한 상장사들 모두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1월 500억에 달하는 67만3854주 자사주 취득에 이어 추가로 400억 규모의 자사주 63만주를 매입했다. 이는 2022년 2월 19일부터 5월 18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취득할 계획이다.

이번에 자사주 추가로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취득하는 자사주는 총 130만3854주이다. 현재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241만59주다. 여기에 이번에 추가 취득키로 한 63만주가 더해지면 304만주 이상을 회사가 보유하게 된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도 지난달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회사 주식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수 대금은 7억원이다. 이로써 김형기 대표의 보유 지분은 총 12만1426주로 늘었다.

셀트리온도 21일 총 50만7937주를 추가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 금액은 800억원이다. 셀트리온은 22일부터 5월 2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달 11일부터 시작한 자사주 54만7946주 매집을 17일 마쳤다. 취득가액은 총 878억원이다.

다만 셀트리온 상장3사 중 영업이익률이 낮은 셀트리온제약은 이번 자사주 매입에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 내에선 셀트리온제약이 그룹내 다른 상장사보다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주식 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의 본질적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면서 "향후에도 책임경영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도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신한은행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매수는 내년 7월 31일까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을 통해 이뤄진다. 보령제약은 24일 기존 10억원 상당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연장했다.

HK이노엔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242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었다. HK이노엔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의했다. 계약 기간은 2월 10일부터 6개월간이다. 상장 후 처음으로 취득하는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발행주식수 2890만4499주의 2%에 해당한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HK이노엔은 제약바이오 업계를 포함해 전세계 증권시장이 출렁이면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주가부양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주주 친화 경영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밖에 종근당(100억원), 동구바이오제약(30억원), 쎌바이오텍(50억원), 한스바이오메드(30억원) 등이 금융기관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으며, 메디톡스는 50억원(4만3821주) 상당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가방어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점과 저평가된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주가 안정을 도모 하겠다는 목적이다. 특히 낮은 주가로 주식을 매입한 오너 일가는 시장 측면에서 우호지분 확대라는 긍정적인 해석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자사주 매입 이외에 주식 배당을 통해 주주를 달래는 기업도 존재한다. 20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사회를 통해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은 발행주식 총수 1428만5717주 중 최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뺀 1066만6438주를 대상으로 보통주 1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현금배당 규모는 지난해 결산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인 32억원이다.

다만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책임경영 측면에서 배당 포기 의사를 밝혀 차등배당을 실시하게 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연이은 악재와 달리 지난해 매출액 8247억원, 영업이익 1436억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으로 고성장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심도 깊은 고민을 다각도로 하고 있다"며 "이번 배당은 앞으로 지속될 회사의 주주환원 조치의 일환이다"고 답했다.

유한양행은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주당 400원을 배당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인 260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작년에는 249억원을 배당해 올해 11억원을 증액한 셈이다. GC녹십자는 1500원이던 주식 배당을 2000원으로 500원 늘려 총 228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내에서 ‘제약바이오는 원래 롤러코스터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주들의 자산 유동성이 심한 업계 중 하나다"며 "다만 최근 조단위의 물량이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빠져 나가며 주주 이탈이 더욱 가중되고 있어, 각 기업별로 주주들을 다잡고자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등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