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서 비롯된 갈등이 심화된다. 정부에서는 2021년과 올해 연이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의 갈증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한정된 충전기를 나눠 쓰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차의 골이 깊다. PHEV는 충전 시간이 전기차보다 짧은데, 완충 후 충전구역에 계속 주차하는 경우도 있어 일부 전기차 소유주 불만을 산다. 반면 PHEV 소유주들은 급속충전기도 사용자제를 권고 받는데 법 위반도 아닌 것을 문제로 걸고 넘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하고 있는 제네시스 전기차 GV60 / 이민우 기자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하고 있는 제네시스 전기차 GV60 / 이민우 기자
서울시와 경기 등 수도권 내 전기차 충전구역은 24일 기준 여전히 충전난을 겪는다. 전기차 충전구역이 건물별로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1월 28일 기축 건물에도 전기차 충전구역을 의무할당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총 주차면수의 2% 뿐이며 100세대 미만 소규모 건물은 대상이 아니다.

늘어나는 전기차 속도에 비해 주거지나 생활반경 내 위치한 전기차 충전구역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소유주들간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충전구역이 필수인 PHEV, 전기차 소유주 간 반목이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전기차 소유주들은 충전구역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이 짧은 PHEV까지 몰리다보니 충전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 PHEV가 충전 시간이 끝난 후에도 10시간 이상 전기차 충전구역을 점거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이 높다. 문제가 반복되면서 전기차 소유주 사이에서 PHEV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졌다.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구역은 14시간 이상 주차하지 않는다면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니다. 다만 14시간 이상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한 차량(전기차, PHEV 포함)을 단속해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어 정상적인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이동형 충전기로 완속 충전을 하고 있는 전기차 / 이민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이동형 충전기로 완속 충전을 하고 있는 전기차 / 이민우 기자
반면, PHEV 소유주들은 완속 전기차 충전구역이 전기차에만 할당된 구역이 아님에도 PHEV의 충전 행위에 과도한 비난이 쏠린다고 말한다. 배터리가 적은 PHEV 특성상 충전주기가 짧아 매일 충전을 할 수 밖에 없는데, PHEV의 충전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경기권 PHEV 소유주인 강모씨는 "충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새벽이나 늦은 밤중에 같은 건물 전기차 소유주가 전화해 차량을 비워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PHEV도 사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에서까지 일부 전기차 소유주가 우선권을 주장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 이상 전기차 충전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일부 전기차 소유주는 PHEV는 급유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애초에 PHEV를 구매한 이유가 출퇴근 등 짧은 거리는 전기로 오가기 위함인데, PHEV는 이를 활용해선 안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충전구역의 장시간 점거 문제가 소유주 간 갈등으로 이어지다보니 일각에서는 완속 충전구역의 점거 수수료 부과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현재 테슬라 슈퍼차저나, 현대차의 E-핏(PIT) 등 급속 충전기는 완충 이후 차량을 이동하지 않으면 분당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완속 충전구역 역시 이를 도입해 자발적인 차량 이동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