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 인터뷰
버추얼 인플루언서 AI 활용해 하루 만에 제작

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최근 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업계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실사형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쇼호스트가 세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30분 동안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을 진행한 가상 인물은 방송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그가 가상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완벽했다.

주인공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아’다.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했다. 네오엔터디엑스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버추얼 휴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가장 빠르고 자연스러운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사’를 표방한다.

권택준 네오엔터디엑스 대표는 이번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통해 네오엔터디엑스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뛰어넘은 유일한 제작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을 가지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가상 인간 분야에서 자주 거론된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불쾌한 골짜기를 뛰어넘은 회사는 헐리우드를 포함해도 단 한 곳도 없다"며 "네오엔터디엑스는 그 부분을 뛰어넘은 유일한 회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엔터디엑스는 어떻게 실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운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만들 수 있었을까. 2월 17일 네오엔터디엑스 사무실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에서 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아’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네오엔터디엑스 제공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아’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네오엔터디엑스 제공
사진 한 장만 있으면 하루만에 ‘OK’…AI 활용해 5000명 캐릭터 완성

네오엔터디엑스의 기술을 활용해 버추얼 인플루언서(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된다. 네오엔터디엑스의 프로그램에 얼굴이 인식되면 AI가 이를 분석해 이미지와 비슷한 형태의 사람 얼굴을 만든다. 여기서 얼굴 생김새, 표정 등 미세한 조정도 가능하다. 권택준 대표는 이 과정에서 AI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과정을 똑같이 거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슬램덩크 캐릭터인 서태웅을 보고 ‘서태웅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겼겠구나’ 하고 상상합니다. AI도 그 과정을 거칩니다. 얘가 웃을 때는 과연 어떻게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죠. 정면 얼굴 이미지를 본 뒤 나머지는 다 유추하는 방식입니다. 사람과 똑같아요. 그걸 그대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를 실제 사람 모델 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풀 3D(3차원) 캐릭터를 만들거나, 실제 사람을 오랫동안 촬영해 가상 인간을 만드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이미지는 참고용일 뿐이다. 필수 사항은 아니다. 이미지가 없더라도 캐릭터 생성은 가능하다. 네오엔터디엑스는 이러한 캐릭터를 이미 5000명 정도 만들어 놓은 상태다. 다양한 이들에게 캐릭터를 적용할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정도다.

권 대표는 "고객사를 만나보면 네오엔터디엑스 만큼 빠른 대응과 자연스러운 샘플을 준 곳은 없었다고 한다"며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도 이유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이고 직원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 속도는 타사와 대비되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풀 3D 방식이 아닌, AI를 활용해 생성한 캐릭터를 실제 사람에 적용하는 방식을 진정한 가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권 대표는 이와 관련해 "경제적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3D 캐릭터를 만들어서 얼굴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봤자 어색하고 비용만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풀 3D 방식의 버추얼 휴먼 제작은 지금도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 네오엔터디엑스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버추얼 인플루언서 분야에서는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아’. /네오엔터디엑스 제공
네오엔터디엑스가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리아’. /네오엔터디엑스 제공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대" 2025년 14조원 시장으로 성장

권택준 대표는 사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2018년 창업 당시 사명은 네오코믹스였다. AI 오디오북 자동생성 시스템, AI 웹툰 이미지 애니메이션 변환 기술 등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시작했다. 특히 웹툰 이미지를 자동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프로그램과 만화 캐릭터 같은 얼굴을 빨리 만드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여기에 인기 웹툰과 웹소설 지적재산권(IP) 30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한 기술을 기반으로 2021년 본격적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로 접어들며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명을 네오엔터디엑스로 바꾼 것도 최근 일이다.

권 대표는 바뀐 사명에 대해 "엔터테인먼트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해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는 매년 32.5%씩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에는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 13조원을 추월한 1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앞으로 인플루언서가 매스 미디어를 계속 잠식하고, 특히 메타버스 쪽에 특이점이 오게 되면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변화 이끌 것

권택준 대표는 특히 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용 영역은 더 다양해 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인간에 비해 높은 창작 자유도를 보장하고, 사람이라서 발생할 수 있는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장점을 이유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광고 모델로만 활동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가 하면, 라이브 방송에서 쇼호스트의 역할을 대신한다. 가상 인간 기술과 AI의 발전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활동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권 대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편리하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안 들고 여러가지로 장점이 많다"며 "결국에는 대기업 소속 버추얼 연예인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광고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사 광고에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출연시키면서 과거에 모델료로 나갔던 비용이 콘텐츠 비용으로 투자될 것이다"라며 "더욱 좋은 퀄리티의 광고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은 드라마, 영화 등에도 자사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출연시키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권 대표는 "자사의 캐릭터가 영화에 출연해 흥행하면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게 된다"며 "과거에는 이미 유명한 배우를 섭외했는데, 이제는 영화에 출연시키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유명해지는 구조로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잘하는 영역이 더 부각되고, 실력 좋은 이들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껍데기의 중요성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지금은 보여지는 것에 너무 많이 얽매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메타버스 세상에는 한계가 없잖아요. 어릴 때부터 학습된 고정관념, 스스로 만든 한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 기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