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영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으로 둔갑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투기의 폭격을 막기 위해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과 함께 등장한 글이다. 해당 영상을 보면 전투기 한 대가 어두운 밤 하늘을 가르며 지상 폭격을 감행한다. 지상에서는 방공포가 불을 뿜는다. 영락없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영상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침공 영상이 아닌 비디오 게임 ‘아르마3’의 플레이 영상이다.

‘러시아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폭격 영상’이라는 거짓 정보와 함께 트위터에 올라온 ‘아르마3’의 플레이 영상.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폭격 영상’이라는 거짓 정보와 함께 트위터에 올라온 ‘아르마3’의 플레이 영상. /트위터 갈무리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SNS상에는 이처럼 비디오 게임 아르마3의 영상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영상으로 둔갑해 올라오는 일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게이밍에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공격하는 장면으로 묘사된 게임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날 페이스북 게이밍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언급하는 제목과 함께 90개 이상의 아르마3 동영상이 방송됐다. 일부는 8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해당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5개도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상으로 위장한 비디오 게임 영상이다.

일부 영상에는 빨간색 ‘Breaking News’(속보) 배너까지 붙어 실제 뉴스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이는 역시 군사 전술 슈팅 비디오 게임 아르마3의 플레이 영상이었다. 한 채널에서는 5만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투기가 해안선을 폭격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 또한 미리 녹화된 아르마3 영상이다. 채널 주인은 시청자들에게 채널 구독을 거듭 요청했다. 일부 영상에는 아르마3라고 표시가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해당 영상이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영상인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 11만명 이상이 동시 시청하고 2만5000번 이상 공유된 한 페이스북 영상은 블룸버그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논평을 요청한 뒤 삭제 처리됐다. 메타의 보안 정책 책임자인 나다니엘 글리셔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전개되는 군사적 충돌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자 특수 작전 센터를 설립했다"며 "원어민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게이밍 외 다른 소셜 미디어에도 비슷한 영상이 돌고 있다. 트위터에 게시된 한 아르마3 영상은 1만1000개의 좋아요와 2000개에 가까운 리트윗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서는 이전에 발생한 실제 물리적 충돌 영상을 재활용한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을 악용하는 방송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틱톡에서는 자신이 우크라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금전적 기부를 요청하는 방송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버 프랭크 파살아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르마3라는 비디오 게임 영상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영상으로 수없이 퍼지고 있다"며 "실제처럼 보이지만, 단지 클릭과 좋아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 정보가 돌고 있는지 마음이 저릴 정도로 끔찍하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