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 페이스북)의 소셜 가상현실(VR) 애플리케이션 ‘호라이즌 월드’에서 사용자는 자신과 비슷한 아바타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아바타에 다리가 없다. 이용자들이 유령 같다거나 불완전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사용자가 VR 서비스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배경이다. 메타버스로 향하는 길도 더 멀게만 느끼게 한다. 메타는 왜 다리 없는 아바타를 시장에 내놓은 것일까.

호라이즌 월드 관련 이미지. /유튜브 갈무리
호라이즌 월드 관련 이미지. /유튜브 갈무리
메타는 아바타를 더욱 사실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수년 동안 연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바타에 다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리얼리티 랩스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메타가 해결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작업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다리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물리적 관점에서 보면 기존 헤드셋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실제 다리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VR챗과 같은 일부 앱에서는 전신 아바타를 지원하지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하체 동작을 모방하는 수준이다. CNN은 기껏해야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고, 최악의 경우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VR에서 사람의 다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생활에서 다리가 하는 일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카메라가 지면을 향하게 하는 등 헤드셋 자체에 더 많은 센서를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마다 몸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이 변하기도 한다. 헤드셋 카메라가 사용자의 다리와 발을 제대로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헤드셋 사용자가 머리를 기울이거나 돌리기만 해도 이러한 방식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신체에 물리적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도 있다. HTC는 이러한 센서 방식의 추적기를 제공하지만 현재로서는 PC에 연결되는 헤드셋에서만 작동한다. 기지국도 필요하다. HTC는 자사의 VR 헤드셋과 연동되는 손목 착용형 추적기 판매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손목 착용형 추적기는 휴대용 컨트롤러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으로 몸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실제 다리를 추적해 사실적으로 신체를 표현하는 일이 오히려 잠재 고객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VR에 대한 주류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사용자를 더 번거롭게 하고 비용도 증가해 잠재 고객에는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티모니 웨스트 유니티 증강 및 가상현실 담당 부사장은 "VR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어렵다"며 "그 누구도 소비자가 스스로 센서를 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웨스트 부사장은 결국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VR에서 다리 움직임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람의 머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헤드셋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리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또한 사람들이 걷는 방식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다리를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다. 이미 메타 역시 헤드셋, 컨트롤러, 손을 추적하기 위해 센서와 함께 AI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VR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가상 공간에서 다리의 실제 움직임을 재현해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애플과 아마존 전 직원이자 VR·AR 컨설턴트인 아비 바지브는 "우리가 다리를 원하는 이유는 다리가 우리를 현실에 기반을 두게 하기 때문이다"며 "다리는 세상과 우리를 연결한다"고 말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