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점차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 포착되면서, 질병 상황에 가장 민감한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에 발맞춰 사후 대책에 대한 전략 구상에 돌입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코로나에 대한 인식을 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보자는 의견이 수렴된 가운데 각 제약사별 개인 방역 및 치료에 적합한 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셀트리온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셀트리온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세계적 추세로 전환되고 있는 ‘일상방역’에 발맞춰 한국도 선제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을 가르는 기준이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백신을 통해 충분한 면역조건이 생성되고 치료제를 통해 중증 환자수감소가 유의미한 수치로 감소하면 일상방역 전환이 가능해 진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은 각 주별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고, 캘리포니아의 경우 공식적인 엔데믹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유럽 역시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 방역 중심을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만약 엔데믹이 공식화 되면 코로나19 방역은 독감과 같이 개인적인 검사와 개인 선택에 따른 백신 접종 등으로 전환된다. 국내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시점을 오미크론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3월 중순을 넘어 4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발빠르게 엔데믹 상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본 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생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은 최근까지도 독감백신 재생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회사 측은 "몇몇 언론에서 올해 독감 백신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백신 계획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하우스 공장 생산라인 9개 중 코로나, 독감백신 등 세포배양 생산이 가능한 라인은 총 5개다. 이 중 노바백스와의 올해 계약에 따른 생산은 3개 라인에서 진행되고, 남은 2개 라인에서 자체 코로나 백신과 기존 독감백신 생산이 될 가능이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GBP510’의 허가가 유력해, 향후 자체 코로나 백신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 코로나 기세가 꺾이면 주력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렉키로나 신규공급을 중단한 셀트리온 역시 엔데믹 대비 변이대응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렉키로나를 개발해 국내 환자 5만명에게 투약하며 중증환자 발생률 감소에 기여한 셀트리온은 향후 재택치료에 용이하면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보스니아, 세르비아,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에 임상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 총 220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흡입형 칵테일 항체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오미크론에도 강한 중화능을 확인한 ‘CT-P63’이 포함된 셀트리온의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는 해외시장을 위주로 한 글로벌 상업화를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미래 팬더믹에 대비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파트너사와 함께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플랫폼 구축에 나선 셀트리온은 현재 오미크론 전용 백신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행 중인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 항원을 활용한 차세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한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셀트리온은 엔데믹 상태에 도달했을 때 시장의 요구에 따라 오미크론 전용 백신의 상업화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진단기기 전문업체 씨젠은 대규모 신속검사를 대비해 30분만에 PCR(유전자증폭)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진단시약을 출시했다. 그간 신속진단 시스템이 부재했던 씨젠은 최근 현장검사 시스템이 신속항원검사로 전환됨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시간까지 개선한 제품을 출시해 대규모 검사를 가능케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해당 진단시약은 기존 수출국과의 수출논의 외에도 국내 선별진료소 납품을 검토 중이다. 씨젠은 향후 엔데믹 전환 후 빠른시간 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한 공항, 학교 등에서 해당 제품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씨젠은 코로나 엔데믹을 대비해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다른 호흡기질환을 동시에 진단하는 신드로믹 제품, 코로나 변이 진단 제품 등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모더나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코로나19 백신을 완제 위탁생산(CMO)하고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엔데믹 이후에도 모더나와 관계를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관측됐다. 모더나는 현재 대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오미크론 전용 백신과 오미크론·델타 변이 양쪽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각각 개발 중이다.

업계 내에서는 모더나가 글로벌 수요에 맞출 백신 대량생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새로운 코로나 백신도 함께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젠과 합작법인으로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을 올해 취득하면서 신약 개발에 착수,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본격화 하는 등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코로나 덕분에 성장했다는 점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산업은 팬데믹 수혜자이기도 하다"며 "이런 변화에 힘입어 코로나 이후 전략을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지속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