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용자 헬멧 착용 의무화 등 각종 규제를 만난 전동킥보드가 올해도 여전한 어려움을 겪는다. 전동킥보드 이용이 줄어드는 겨울과 코로나19 사태가 끝을 달리고 있지만, 규제와 더불어 견인 조치 강화 등 단속이 더 심해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헬멧 착용 의무화와 단속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완화나 철폐를 주장하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반면, 시장이 안전에 적응해 나가는 초기 단계로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는 등 업계 내에서도 상반된 시각이 팽팽히 대립한다.

서울특별시내에서 헬멧 미착용상태에서 2인 이상 탑승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서울특별시내에서 헬멧 미착용상태에서 2인 이상 탑승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 / 이민우 기자
국회사무처 입법현황을 보면 28일 서범수 의원(국민의 힘) 등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제2113686호’는 행정안전위원회 회부돼 국회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2021년부터 적용된 전동킥보드의 헬멧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나이에 관계 없이 모두 헬멧을 반드시 착용토록 한다. 반면 서범수 의원 등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19세미만 미성년자에게만 헬멧 착용 의무를 부과한다. 성인 이용자는 헬멧 착용이 ‘권고’ 수준으로만 적용된다. 성인의 경우 미성년자보다 도로 내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높다는 판단에 따랐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전동킥보드의 헬멧 착용 규정 완화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린다. 2021년 헬멧 착용 의무화로 운영에 타격을 입은 다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기업은 기준 완화를 바라지만, 일부 기업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해외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성인도 헬멧 미착용시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를 보낸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1월 최신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전동킥보드의 속도를 시속 20㎞ 수준으로 낮출 경우 충돌 속도와 충격력이 각각 14%, 12% 감소한다"면서도 "속도에 관계 없이 전동킥보드가 전복되는 사고에서 낙상 시 받는 충격은 모두 두개골 골절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수치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시뮬레이션한 전동킥보드 전복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상황 /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시뮬레이션한 전동킥보드 전복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상황 /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전동킥보드 공유 업계는 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 이후 줄어든 이용자 수를 회복하기 위해 플랫폼과 협업, 라이더 대상 혜택 강화 등 차선책을 마련해 운영중이다. 전동킥보드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과 위생·감염 문제를 야기한 코로나19가 끝물이지만, 헬멧 착용 의무화로 떨어진 이용자가 과거 만큼 회복되긴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일각에서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정치권에서 전동킥보드 정책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나 소비자단체 목소리에 정부와 정치권이 갈팡질팡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중심을 잡아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는 개인이동수단(PM) 관련 법안은 1년 이상 끌고 있고,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개정안이 나왔다"며 "개정안의 안전 관련 기준이 완화되기는 어려워보이나, 정치권과 정부에서 상반된 논의가 계속 진행되면 전동킥보드 업계의 혼란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