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광고 수익이 TV 사업의 새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TV 제조사를 넘어 OTT 플랫폼 회사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TV 플러스는 TV에 인터넷만 연결하면 영화·예능·뉴스·스포츠·어린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다. 자사 TV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2015년 처음 선보인 후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23개국에서 1300개 채널을 제공 중이다.

TV 플러스와 채널 이미지 / 삼성전자
TV 플러스와 채널 이미지 / 삼성전자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V 운영체제(OS) ‘타이젠’을 적용한 삼성TV플러스 앱의 높은 수익성에 힘입어 최근 부진한 TV 사업 실적을 만회했다. 삼성TV플러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3000억~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CE부문(가전+영상디스플레이)에서 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비스포크를 앞세운 생활가전사업부의 실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TV플러스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를 먹여살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2020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22.8%였다. 하지만 2021년 3분기에는 34.1%로 비중이 크게 증가해 수익성 악화를 지속했다. 지난해 3분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68% 상승한 탓이다.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렵고, 원자재·물류 리스크가 커진 완제품 사업 악재를 예견이라도 한듯 삼성전자는 8년 전인 2014년부터 TV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준비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무선·VD서비스사업팀장(사장) / 삼성전자
이원진 삼성전자 무선·VD서비스사업팀장(사장) / 삼성전자
사업의 중심에는 이원진 무선·VD서비스사업팀장(사장)이 있다. 그는 구글 총괄부사장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됐다. 삼성TV플러스 출시 등 서비스 사업 경쟁력 강화 성과를 인정받아 정기인사 시기가 아닌 지난해 7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는 삼성TV플러스의 콘텐츠 경험을 TV뿐만이 아닌 스마트폰과 생활가전으로도 확장한다.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무한 확장으로 TV, 스마트폰, 가전 등 모든 하드웨어를 광고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9월 미국에서 삼성TV플러스를 모바일 기기에 최초 제공했다. 2021년에는 국내를 포함해 영국, 독일, 캐나다, 인도 등으로도 확대했다. TV에서 즐긴 콘텐츠 경험을 모바일로 확대함으로써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시간과 장소 제한없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생활가전에서는 2022년형 비스포크 냉장고의 푸드 AI 기능을 강화해 냉장고 스크린으로 삼성 TV 플러스를 무료로 시청하고, 소모품 교체 시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전, 휴대폰, 반도체 등 제조 중심의 DNA로 성장해왔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부문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키운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가전·모바일을 통합한 DX(기기경험) 부문을 출범하고, 무선사업부 명칭을 MX(모바일 경험)로 변경한 것도 이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시장조사업체 디지털TV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광고기반 무료 동영상 서비스(AVOD) 시장 규모는 2020년 101억달러에서 2026년 314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58억달러에서 105억달러로, 일본은 20억달러에서 43억달러로 6년간 2~3배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