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상대로 망 투자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이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안건으로 제시해 승인을 거쳤다. CP에 어떤 방식으로 망 투자 비용을 요구할 수 있을지는 향후 논의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KT는 이사회에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나눴다. 글로벌 CP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 소비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CP의 트래픽(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KT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망 투자·유지 비용이 늘었음에도 CP가 비용을 분담하지 않아 생긴 이슈다.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도 이같은 요구가 이어지자 이번 이사회 안건에 상정됐다.
KT 관계자는 "GSMA 스터디 그룹에서 안건을 올리면 이사회 멤버가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식이다. 이사회에 (ISP인) 이동통신사업자가 많다 보니 망 비용 관련 안건이 채택됐다"며 "정부 주도 펀드에 CP가 참여하거나 CP가 소비자 혜택을 늘려 망 투자 비용을 공동 분담하는 등의 제안이 있지만 세부 방법이 결정된 것이 아니다 보니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관련 이슈로 갈등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급증하는 넷플릭스 트래픽으로 망 투자를 지속함에도 넷플릭스가 이를 분담하지 않자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투자는 ISP 영역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패소했다. 3월 16일 항소심을 앞뒀다.
해외에선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 오렌지,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 등 유럽 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네트워크 분야 석학인 로슬린 레이턴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박사는 최근 미 경제 매체인 포브스에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올리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ISP가 도입하면 상당량의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OCA 도입 과정에서 자칫 ISP에 더 많은 유지보수 비용을 발생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로슬린 박사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역시 OCA 효과가 한계적이라며 망 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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