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면역항암제인 MSD(머크)의 ‘키트루다’가 이달부터 국내 건강보험급여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암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단일 의약품 품목 중 유일하게 매출 2000억원을 넘었던 키트루다가 이번 건보 급여를 통해 매출 4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 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 MSD
제약바이오 업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MSD의 PD-1 저해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이달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급여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항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가 급여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지킨림프종 2차 치료 이상에서 키트루다의 단독요법도 급여가 신설됐다.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는 다국적제약사 MSD가 판매하는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다. 비소세포페암 치료 임상에서 기존 다른 항암제 대비 4배 이상의 5년 생존율을 보였다. 그 외 다른 암종에 대해서도 높은 치료효과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여러 제약사들이 각 사가 개발 중인 항암 신약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임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급여 확대 범위는 ▲PD-L1 유전자 발현,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병용요법(키트루다+페메트렉시드+백금 화학요법)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병용요법(키트루다+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실패 또는 이식이 불가한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요법 후 진행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이다.

키트루다는 올해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해 상정 및 심의에 통과했다. 당시 약평위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1차 단독과 편평·비편평 병용요법에서 경제성평가 결과값인 ICER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었고 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대체약제인 애드세트리스주(brentuximab vedotin)와 비교해 소요비용이 낮아 비용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일본 등 외국 약가와 비교해 신약 약가 결정 또는 약가 재평가를 할 때 참고하는 ‘A7 국가’에 전부 등재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후 2월 25일 보건복지부는 제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키트루다를 포함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안)’을 상정하고 해당 내용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약가협상은 약제 청구금액의 일정 비율, 예상 청구액 총액(cap)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환급제 형식으로 체결했다.

이에 이달부터 키트루다 주사(바이알)당 약값은 기존 상한가인 283만3278원에서 25.6% 인하된 210만7642원으로 내린다.

연간 치료비용도 기존 9800만원에서 7300만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급여 적용을 하면 연간 환자 부담금은 5%인 365만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키트루다는 보통 3주마다 투약하는데, 1년(52주) 동안 17.3회 투약이 이뤄지고, 한번에 두 바이알을 사용한다.

업계 내에선 이번 급여 확대로 키트루다가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2019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넘었으며, 발매 6년째를 맞이한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2017년 처음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급여 등재를 통해 대대적인 매출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이번 1차 치료에 키트루다가 사용되면 연 4000억원은 가뿐히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 분석이다.

다만 키트루다는 위험분담계약제(RSA) 총액제한형에 해당해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매출에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위험분담계약제는 상대적 약자인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의 재정에 대한 위험을 일반적인 보험급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당사자 간에 분산시키는 제도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적정가격에 제공받는 기회가 생겼다. 키트루다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면역 T세포 표면의 PD-1 단백질을 억제해 PD-L1 수용체와 결합을 막아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다. 실제로 표적항암제를 쓸 수 없는 비소세포폐암에 키트루다가 등장함으로써 치료 패러다임을 바뀌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키트루다의 1차 항암치료 급여 적용은 국내 암환자들에게 굉장히 희망적인 소식이다"며 "암환자들은 어떻게든 가장 좋은 약을 사용하고자 하는데, 키트루다는 ‘현존하는 최고 면역항암제’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효능면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의약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