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모더나가 최근 손해배상 소송까지 발생하며 특허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되고 있다.

해당 소송들이 대부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제작할 때 필요한 ‘지질나노입자(LNP)’ 관련 소송이라는 점에서 국내 mRNA 백신 개발 기업들 역시 모더나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 픽사베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2월말 모더나는 제네반트 사이언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특허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했다. 해당 소장은 미국 델라웨이 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제네반트는 2018년 알버투스와 로이반트 사이언스가 설립한 회사로, 현재 두 회사가 가진 LNP 기술 중 B형간염을 제외한 모든 특허를 양도받은 바이오기업이다. LNP는 세포 안으로 약물성분을 전달하기 위해 지질로 겉을 감싸 산화를 막는 나노미터 단위의 인지질 입자를 뜻한다.

이번 소송에서 제네반트는 모더나가 지금까지 판매한 백신과 앞으로 생산될 백신에 대한 LNP 기술 로열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더나는 2021년 LNP 관련 특허를 방어하기 위한 소송전을 벌였지만 사실상 패한 바 있어, 이번 소송도 불리할 것이란 업계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mRNA 백신 등장 초기부터 LNP 특허 분쟁에 대한 업계 예상은 존재해왔다. 화이자의 경우 공동개발을 진행했던 바이오엔테크가 제네반트와 LNP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해 분쟁 소지를 없앴지만, 모더나는 특허 우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 백신을 개발해도 특허 분쟁에 휘말려 백신을 시장에 선보일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와 특허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백신 원부자재 특허 분석 설명회’를 열어 국내 백신 기업 및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특허청은 "원부자재 분석 범위는 총 기업의 니즈와 4개의 백신 플랫폼 공정 분석을 통해 16개 원부자재를 도출했다"며 "원부자재 각자에 대해서는 전체 특허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분석 자료집을 통해 ▲mRNA 백신 ▲DNA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합성항원 백신 플랫폼 관련 제조공정 및 공정별 필수 원부자재 등을 정리했다.

우선 원부자재들은 특허 권리관계가 명확한 것, 목적 및 성질에 따라 다양한 특허 권리를 확보한 것, 특허 이슈가 없는 것으로 나눴다. 특히 16개 원부자재 중 특허 권리관계가 명확한 원부자재는 캡핑 유사체(Cappig reagent), LNP, NTP(뉴클레오시드삼인산), 면역증강제 등이 존재했다.

캡핑 유사체의 경우 에스티팜 등 국내 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지만, 관련 기술인 ‘Cap1’의 경우 미국 바이오기업인 트리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독점하고 있다. mRNA를 보호하는 입자 전달체인 LNP 역시 국내에서 합성 기술력은 확보됐지만, 특허 침해를 회피하기 위해 신규 전달체물질을 개발, 기존 지질 구조의 변형 및 LNP 조성비에 대한 R&D(연구개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TP는 변형핵산과 관련된 원천특허들이 비교적 넓은 권리범위로 유지되고 있지만, 기존 기술에서 사용된 변형핵산을 회피하기 위해 차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특허청의 분석이다.

면역증강제의 경우 원천특허 대부분은 소멸돼 자유실시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AS01, AF03 관련 특허는 현재 권리가 유지 중이기 때문에 이를 백신 제조에 적용시 유의해야 한다.

이밖에 다양한 기술들이 광범위하게 특허로 엮여 있지만 기업별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해, 성분 및 제조공법을 달리한다면 특허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술은 정말 골치아플 정도로 다양한 특허가 엮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속한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주요 특허를 극복해야 신약개발 성공 이후에도 자유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