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연초부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양사는 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능 중심의 경쟁을 펼쳤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올 상반기 나오는 신제품은 전작보다 성능을 개선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하게 낮게 책정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한 중국 제조사 영향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나온 전략이라 의미가 있다.

아이폰SE 2세대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폰SE 2세대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은 9일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고 아이폰 스페셜에디션(SE) 3세대를 공개한다. 아이폰SE 시리즈는 애플이 고급형인 아이폰 시리즈와 별개로 선보이는 중저가 라인이다. 1세대(2016년)와 2세대(2020년) 모델을 출시했던 애플은 2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인다.

아이폰SE 시리즈는 보급형 모델이지만 소비자 주목도가 적지 않은 제품이다. 매년 나오는 아이폰 시리즈와 달리 비정기적인 출시 소식에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고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하면서 과거 아이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면 하단 홈버튼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고급형의 절반 수준이다. 2세대 모델 출고가는 55만원으로 그해 출시한 고급형 모델인 아이폰12(95만원)의 58%에 불과했다.

모바일 업계는 새로 나오는 3세대 모델이 가성비 특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이폰SE 3세대는 2021년 하반기 나온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A15 바이오닉 칩셋을 품을 수 있다. 여기에 아이폰SE 시리즈로는 처음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한다. 예상 가격은 미국 기준 300~399달러(36만~48만원)다. 전작보다 성능은 높이면서 가격은 오히려 10만원쯤 낮추는 셈이다.

애플은 2021년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제품 수요를 끌어 올린 바 있다. 그해 하반기 아이폰13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전작인 아이폰12 시리즈보다 성능을 개선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카날리스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아이폰13 시리즈 가격을 동결하면서 2021년 4분기 현지 시장에서 6년 만에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갤럭시S22 울트라(왼쪽)와 플러스 / 삼성전자
갤럭시S22 울트라(왼쪽)와 플러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 역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행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2월 갤럭시S22와 갤럭시S22 플러스, 갤럭시S22 울트라 등 갤럭시S22 시리즈 3종을 선보이면서 출고가를 99만9000원부터로 제시했다. 진화한 카메라 센서를 탑재하는 등 갤럭시S21 시리즈보다 나은 성능을 지원함에도 가격은 전작과 같게 했다.

앞서 모바일 업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를 선보일 때 전작보다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글로벌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부품 가격이 오른 탓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동결을 택했다. 가격 경쟁력을 더 중시한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1월 글로벌 지역에선 자사 가성비 모델의 대명사인 갤럭시S21 팬에디션(FE)을 내놨다. 갤럭시S21 FE는 삼성전자가 2020년 갤럭시S20 FE를 출시한 데 이어 선보인 FE 시리즈다. 사용자 선호도가 높은 갤럭시S 시리즈 핵심 기능을 골라 지원하되 가격은 낮춘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FE 가격을 699.99달러(85만원)로 제시했다. 이 역시 갤럭시S20 FE 국내가(90만원)보다 낮다.

모바일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선두 자리를 두고 각국에서 경쟁하는 사이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 수요를 늘리려면 가격을 포함해 여러 변수를 살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삼성전자다. 2위는 애플이 차지했다. 3위부터는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1위를 유지했지만 애플과의 출하량 차이가 전년(5660만대)보다 41.7% 줄어든 3300만대를 기록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