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시장 중심이 비연소 궐련형 전자담배로 기울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전자담배에 대해 배타적이다. 담배업계는 보건복지부가 전자담배의 유해경감성을 인정하고 일반담배와 정책을 차별화하는 것이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전자담배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 최근 밝힌 실적 자료에 따르면 ‘아이코스' 등 비연소 전자담배 매출이 2021년 4분기 기준 30%를 넘어섰다. 일본 등 아이코스가 판매되는 세계 주요 10개국에서는 이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순매출의 절반 이상이 불에 태우는 일반담배가 아닌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전자담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일반담배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PMI만 보더라도 지난해 4분기 일반담배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36억개비 줄었든 반면, 전자담배 스틱 출하량은 189억개비 늘었다.

이런 상황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 담배시장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31억4620만갑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한 반면, 전자담배 스틱은 전년 대비 17.1% 증가한 4억4410만갑이 판매됐다.

소비자들의 전자담배 전환 양상이 뚜렷하지만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담배 관련 정책에서 요지부동이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덜 해롭다는 과학적 결론을 인정하지도 않을 뿐더라 담뱃세 차별화 논의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목소리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금연'만 강조하는데 이럴거면 차라리 담배 자체를 못 팔게하는 것이 맞다"며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담배세수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인체에 덜 해롭다고 판명된 전자담배로 전환시키는 것이 현실적인데 정부는 업계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이 거의 없다. 영국공중보건국(PHE)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95% 유해물질을 덜 배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BAT그룹 역시 40여개 논문을 통해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가 95% 독성물질 배출이 줄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2020년 ‘아이코스'를 ‘위험저감 담배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MRTP)’으로 인정하고, 일반담배 보다 덜 해로운 제품이라고 마케팅 할 수 있도록 허가한 바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가 인정하고 흡연자를 전자담배로 유도하는 것이 국민건강 증진에 더 도움이 된다. 이미 영국 등지에서는 전자담배 전환 정책이 공중위생에 도움이 됐다는 자료도 나왔다. 바뀌는 시장에 맞춰 규제 정책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니코틴 제품 판매를 승인했으면 덜 해로운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차별화하는 것이 맞다. 현 담배규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해로운 제품을 계속 쓰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동차업계와 빗대 "전기차처럼 보조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덜 해로운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담뱃세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한국은 전자담배 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선진국이 왜 전자담배에 대해 차별화된 규제를 시행하는지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과학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 나은 규제안을 도출하고, 전자담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 대선 이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담뱃세 논의에서는 전자담배에 대한 차별화된 규제가 도출되길 희망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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