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백신관련 수출은 전년 보다 3배 증가한 반면, 수입은 7배 가량 가까이 늘어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국내 백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가 연구개발(R&D), 인력양성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코로나19 백신 / 픽사베이
한국바이오협회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분석기관 에어피니티(airfinity)에 따르면 2021년 코로나19 백신 시장 규모는 656억달러(78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한 나머지 백신 시장(330억달러)보다 2배쯤 큰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직전 글로벌 백신 시장 규모는 330억달러 수준이었다. 2019년 기준 종류별로는 폐렴구균백신(PCV)이 70억달러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고, 디프테리아 및 파상풍포함 백신(D&T-containing) 43억달러, 자궁경부암백신(HPV) 41억달러, 계절독감(Seasonal Influenza) 40억달러 순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이어 대상포진(Shingles) 24억달러, 로타(Rota) 23억달러, 수막구균(Meningococcal) 23억달러, 홍역포함백신(MCVs) 19억달러, 수두백신(Varicella)이 17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30년까지 PCV, HPV 백신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는 GSK와 화이자, 머크(MSD), 사노피 4곳으로 전체 시장의 89%를 점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백신 시장 판도는 크게 뒤바뀌었다.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시장 83%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생산 중인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가 차지했다. 에어피니티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시장은 29% 증가한 849억달러(10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mRNA 백신을 중심으로 백신 시장이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백신 시장도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았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수입액은 2020년 3억4000만달러에서 2021년 23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해외 기업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전 국민이 접종하면서 1년만에 수입액이 7배 가량 뛰었다.

이 기간 백신 수출액은 2020년 1억7000만달러에서 2021년 5억1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필리핀, 호주, 네덜란드 등에 국산 백신을 수출하면서 예년보다 규모를 키웠지만 수입에 밀려 18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백신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 백신 수입액은 6억2900만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수입하면서 전년 1억5400만달러보다 4배 가량 늘었다. 벨기에 수입도 2020년 4000만 달러에서 2021년 13억7000만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내에서는 이 같은 무역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 백신 산업이 성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mRNA 백신 및 원부자재에 대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R&D 세액공제를 추가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국내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당시 협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전주기적 통합적 육성·지원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정부간 칸막이식 행정을 타파하고 원활한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바이오협회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보고서를 통해 "2월 한국이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지정된 점은 의미가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백신 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및 다양한 고부가가치 백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해외기업 인수, 해외기술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세제혜택 등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