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와 3D(3차원) 콘텐츠 제작 도구 ‘언리얼 엔진’을 개발한 에픽게임즈가 온라인 음악 플랫폼 밴드캠프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픽게임즈와 밴드캠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와 밴드캠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3일(현지시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밴드캠프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에픽 측은 "공정하고 개방적인 플랫폼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며 "에픽과 밴드캠프는 크리에이터가 힘들게 번 돈의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아티스트 친화적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사명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에단 다이아몬드 밴드캠프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는 "우리는 음악과 예술의 미래가 공정하고 포괄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달려 있다고 믿는 파트너를 찾았다"며 "더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공정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힘을 실어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밴드캠프 측은 동명의 자사 플랫폼이 독립형 마켓플레이스와 음악 커뮤니티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 구축과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에픽 측은 "밴드캠프는 콘텐츠, 기술, 게임, 예술, 음악 등을 위한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에픽의 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밴드캠프 측은 "앨범 페이지, 모바일 앱, 상품 도구, 결제 시스템, 검색 기능과 같은 기본 사안에서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새로운 계획에 이르기까지 밴드캠프 전반으로 국제적 확장 및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에픽과 협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애플과 인앱결제 공방이 배경

이번 인수는 에픽이 애플 및 구글과 벌이고 있는 인앱결제 공방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에픽은 밴드캠프가 공정하고 개방적인 플랫폼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모바일 앱 마켓 운영사인 애플 및 구글과의 계속되는 싸움에 대한 미묘한 반응이다"고 분석했다. 에픽과 밴드캠프가 내놓은 성명이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앞서 에픽이 2020년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을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을 포트나이트에 도입하자, 애플과 구글은 각사 앱 마켓(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했다. 애플은 자사 시스템을 활용해 게임 내에서 직접 결제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방식만 허용하며, 수수료로 앱 개발사로부터 수익의 30%를 받아가고 있다. 구글 역시 인앱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타사의 앱 마켓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보다는 정도가 덜한 편으로 평가받는다.

에픽은 반독점법 위반 등과 관련해 애플·구글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라는 우회로를 통해 포트나이트의 iOS 서비스를 재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

또 이번 인수는 메타버스 사업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과 구글이 인앱결제 방식을 게임 서비스보다 훨씬 더 범위가 넓은 메타버스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라는 것이다.

에픽은 2019년 그룹 비디오 채팅 ‘하우스파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하우스파티는 지난해 폐쇄됐고, 하우스파티 팀은 에픽의 소셜 기능 확대를 위한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캠프는 하우스파티보다 훨씬 더 많은 기존 팬층과 분명한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대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평가다.

IT 전문매체 프로토콜은 "밴드캠프 인수는 메타버스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에픽의 야망뿐 아니라, 포트나이트의 인터넷 버전을 만들고자 하는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의 의도와도 일치한다"며 "스위니 CEO는 빅테크의 지배가 메타버스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주 표명했는데, 에픽은 밴드캠프라는 마음이 맞는 플랫폼을 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