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2세대 프로세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란 점도 있지만, 각종 벤치마크 결과나 사용자 경험담 등에서 이전 세대와 비교해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i9-12900K 프로세서 제품 패키지 / 인텔
12세대 인텔 코어 i9-12900K 프로세서 제품 패키지 / 인텔
그런데, 막상 인텔 12세대 기반 PC를 장만하려는 이들을 고민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11’이다. 기존의 익숙하고 검증된 윈도10 대신, 새로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로 낯설고 검증이 덜 된 윈도11을 사용해야 한다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과거 윈도10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용자가 기존 윈도7을 고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가 윈도11을 추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윈도 11부터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와 그에 따른 새로운 코어 구조를 제대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즉 100%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윈도 11을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성능 P코어와 고효율 E코어를 함께 사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컴퓨팅 효율을 높인 것이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인텔
고성능 P코어와 고효율 E코어를 함께 사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 컴퓨팅 효율을 높인 것이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 인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CPU가 고성능의 ‘P코어’와 고효율의 ‘E코어’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코어로 구성된 12세대 특유의 구성을 의미한다. 현재 처리하는 작업의 특성에 따라 P코어와 E코어를 선택적으로 사용, 성능과 효율 모두를 잡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기존 인텔 프로세서와 완전히 다른 이 구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운영체제부터 지원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윈도11이다.

과연 운영체제에 따라 성능 차이가 있는 것일까.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이를 확인해봤다.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중에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된 코어 i7-12700K와, 이전 세대처럼 P코어만 탑재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이 안된 코어 i5-12400 두 개의 프로세서를 각각 윈도10과 11에서 벤치마크 및 게이밍 테스트를 진행했다.

12세대 프로세서의 운영체제별 PC마크10 점수 비교. 코어 i7-12700K의 윈도10에서의 점수가 유독 낮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12세대 프로세서의 운영체제별 PC마크10 점수 비교. 코어 i7-12700K의 윈도10에서의 점수가 유독 낮게 나온다. / 최용석 기자
우선 PC의 전반적인 업무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벤치마크 도구인 ‘PC마크10’의 테스트 결과다. 코어 i5-12400의 경우, 운영체제에 따른 점수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코어 i7-12700K는 유독 윈도10에서 낮은 점수를 보인다. 심지어 하위 모델인 코어 i5-12400보다 전반적인 점수가 낮다.

좀 더 살펴보면, 영상 편집 등 멀티코어 활용 비중이 높은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항목의 점수가 윈도10에서 유독 1000점 넘게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점수를 크게 깎아먹은 모양새다.

12세대 프로세서의 운영체제별 시네벤치R20 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12세대 프로세서의 운영체제별 시네벤치R20 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이러한 특이한 모습은 고품질 이미지 렌더링으로 CPU의 멀티프로세스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벤치마크 도구 ‘시네벤치R20’에서도 또 한 번 드러난다. 윈도10에서 코어 i7-12700K의 벤치마크 점수가 i5-12400은 커녕, 몇년 전의 구형 CPU보다도 낮게 나온 것. 윈도11에서는 최신 프로세서에 걸맞은 높은 점수를 보인 것과 딴판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하지 않은 코어 i5-12400의 경우, 윈도10과 11에서의 점수가 오차 범위 이내로 비슷하게 나왔다. 즉, 이는 윈도10 운영체제 자체가 12세대 프로세서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제대로 인식 및 지원하지 못해 오히려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12세대 프로세서 운영체제별 3D마크-타임스파이 점수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12세대 프로세서 운영체제별 3D마크-타임스파이 점수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게임에서는 어떨까. 일단 종합적인 게임 성능을 확인하는 ‘3D마크-타임스파이’ 벤치마크의 경우, 코어 i7-12700K와 i5-12400 프로세서 모두 운영체제에 따른 성능 및 점수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식 패키지 게임인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의 경우, 코어 i7-12700K 프로세서의 CPU 기반 프레임레이트가 윈도11 대비 윈도10에서 살짝 낮게 나왔다. 코어 i5-12400이 운영체제에 따른 결과 차이가 거의 없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즉 게임의 종류와 CPU 의존도에 따라 일부 인텔 12세대 프로세서가 윈도11일 때보다 윈도10 환경에서 성능상 손해를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12세대 프로세서 운영체제별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12세대 프로세서 운영체제별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2022년 3월 현재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라인업 중 P코어와 E코어가 함께 구성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적용된 제품은 코어 i5-12600K 이상 모델이다.

정리하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한 코어 i5-12600K 이상 12세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게임이든 다른 작업이든 가급적 윈도11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이 100%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윈도10에서는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오히려 성능을 손해볼 수도 있다.

반면, 코어 i5-12500이하 12세대 프로세서는 E코어가 없고 P코어만 있어 구조적으로 이전 세대 제품과 비슷하다. 이는 코어 i5-12500 이하 12세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기존 윈도10에서도 성능 저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중 코어 i5-12600K 이상 고성능 모델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윈도11 운영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중 코어 i5-12600K 이상 고성능 모델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윈도11 운영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마이크로소프트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 처럼 이왕 최신 CPU를 탑재한 PC를 장만할 계획이라면 운영체제 역시 최신 운영체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윈도10도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구형(?) 운영체제다. 아무리 기능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최신 하드웨어의 성능을 100% 활용하는 데 장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신 사양의 PC를 쓰고 싶긴 한데, 윈도11이 여전히 거북하면 코어 i5-12500이하 모델로 시스템을 구성해 성능저하를 회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어떤 식으로 구성해 사용할지 여부는 최종 사용자의 몫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