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커플 메시지 활용, 크래프톤 인수 뒤 말바꾼 비트윈

임국정 기자
입력 2022.03.11 06:00 수정 2022.03.11 06:31
커플 메시지, 메신저 외엔 활용 안 해→신규 서비스에 활용
어떻게 활용되는지 묻는 이용자에 수개월 째 ‘묵묵부답’
크래프톤 AI 개발 활용 시 개인정보 침해 문제 발생…제2 이루다 사태 우려

커플 메신저 서비스 비트윈이 자사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관련해 거짓 해명을 내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용자 대화 내역을 메시지 전송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업계는 모회사이자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수집된 사용자 대화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추정한다. 일각에서는 비트윈이 ‘국민 커플 메신저’로 불리는 만큼 국내 대다수 커플의 민감한 대화 내용이 신규 서비스 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2의 이루다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비트윈 홍보 이미지. /비트윈 홈페이지 갈무리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커플 메신저 서비스 비트윈 사용자 사이에서 커플 간 대화를 무단으로 수집해 자사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그 근거로 비트윈이 사용자 대화 수집 및 이용 목적과 관련해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비트윈은 누적 앱 다운로드가 3500만건 이상, 주간 사용자 수(WAU) 70만, 월간 사용자 수(MAU) 120만에 이르는 커플 앱이다.

한 비트윈 사용자는 "비트윈은 지난해 크래프톤에 인수된 뒤 특정 상황(신규 서비스 개발, 과학적 연구 등)에 대화 내용을 수집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바꿨다"며 "크래프톤 인수 전과 인수 후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다른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메시지 전송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실제 IT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비트윈은 사용자 대화 수집 및 이용 목적과 관련해 과거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윈은 지난해 3월 비트윈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처리 방침 변경을 고지했다. 개정된 방침에 따르면 비트윈은 ‘회원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입력하는 텍스트 및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 또 신규 서비스(제품) 개발 및 특화 등 ‘맞춤형 회원 서비스 개발’과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한 가명정보 처리’를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비트윈은 사용자 고지 이후 같은 해 4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변경했다.

당시 비트윈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의문을 품은 한 사용자는 지난해 3월 초 비트윈 고객센터에 ‘회원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입력하는 텍스트 및 정보’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비트윈 측은 "대화를 포함해 입력하는 모든 텍스트 정보를 의미한다"며 "대화가 포함되는 이유는 비트윈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유저 간에 전송되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및 스티커 등 콘텐츠는 모두 회사 서버를 경유해 송신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트윈은 해당 정보는 원칙적으로 메시지 전송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대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메시지 전송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목적이라는 해명이다.

"대화 데이터,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

하지만 비트윈은 올해 초 또 다른 사용자가 남긴 문의에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사용자 대화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해당 사용자는 ‘신규 서비스 개발’과 ‘과학적 연구’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이용하는 것인지, 다른 딥러닝 사업에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비트윈 측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비트윈 측은 이와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은 비트윈 서비스에 입력·저장된 사용자의 정보와 사용 패턴을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비트윈과 관련된 신규 서비스 개발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또 "만약 수집된 대화 데이터가 활용될 경우 대화 대상 ID는 모두 가명화 처리를 거치고 대화 내용 중 법적으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역은 모두 제거 처리돼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대화 내 사진·영상 데이터는 활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문의를 남긴 사용자는 "지금까지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사용해 왔다"며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변경하며 동의를 구할 때 이런 것(사용자 대화 데이터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고지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비트윈 측이 사용자 대화 데이터를 사용해 AI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우려돼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고객센터에 관련 문의를 남기고 있다"며 "그러나 비트윈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2021년 4월 변경된 비트윈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 내용. 왼쪽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오른쪽은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 목적’ 중 일부(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변경됐거나 새로 생긴 내용). / 비트윈
이루다 사태 의식했나

일부 비트윈 앱 이용자는 약 10개월 만에 달라진 비트윈의 태도를 두고 시기상 문제가 될 것을 의식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개인정보 처리 방침 변경 사실이 고지된 지난해 3월 초는 같은 해 1월 터져나온 AI 챗봇 ‘이루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또 지난해 3월은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자회사 비트윈어스를 설립하고, VCNC로부터 비트윈 사업부를 인수한 시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비트윈 측이 크래프톤 인수를 앞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루다 사건과 관련된 개인정보 처리 방침 조항을 보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렇게 수집된 사용자 대화 데이터가 크래프톤의 AI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크래프톤의 비트윈 인수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5월에도 크래프톤이 자사의 AI 연구개발에 비트윈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비트윈 사용자 데이터가 크래프톤 AI 개발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예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비트윈 외에도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게임 서비스에서도 다양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만큼 꼭 비트윈 데이터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비트윈이) 연인 간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면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보안에 만전을 기해 침해가 되지 않도록 연구하고 있다"며 크래프톤은 그동안 연구한 딥러닝 기술들을 최근 발표한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등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트윈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대화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AI 연구개발에 활용된 데이터까지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사용자는 "연인이 나누는 대화는 더 깊고 민감할 수 있다"며 "(대화 내용에) 직접적인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았고, 가명 처리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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