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상포진 환자에게 우선 접종으로 권고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가 올 하반기 국내에 정식 출시가 예고되면서, 오랜 기간 지속된 양강체재가 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년 넘게 국내 시장을 점령한 미국 머크(MSD)의 조스타박스와 국산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에 비해 높은 예방 효과까지 보이고 있어, 국내 대상포진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주’ / GSK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주’ / GSK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GSK의 대상포진바이러스 백신 ‘싱그릭스주’가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상 백신은 예방률이 높을 수록 대중들에게 높은 선호도를 얻게 되는데, 싱그릭스는 50세이상 연령층에 90%가량 예방 효능을 보이며 현재까지 공개된 대상포진 백신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개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6~2020년 대상포진 치료비 중 50대이상 환자 치료비가 전체 치료비의 72.5%에 달한다.

대상포진은 발진을 통해 심각한 통증을 일으킨 다음, 치료 이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신경통(PHN) 등 합병증까지 불러온다. 이 통증은 짧게 수주에서 길게 수년간 지속된다.

통증이 심한 대상포진을 계속 겪을 경우 만성 피로, 수면 장애, 우울증 등 증상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심한 경우 2차 감염으로 인한 시력장애, 신경마비, 뇌수막염, 폐렴 등이 생길 수 있다.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 또는 장기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이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병적인 증상은 피부에 국한돼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있는 환자에서는 전신에 퍼져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면역력 저하자에 주로 나타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이었던 탓에 주의가 필요했다. 면역저하자에게 생백신 접종은 위험을 초래할수 있어서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생백신으로 불린다. 생백신은 성을 제거한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만들어진다.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생백신을 접종하면 오히려 병원균 감염 위험이 있다.

반면 사백신(Inactivated Vaccine)은 열이나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등으로 바이러스·세균을 죽인 뒤 사용한다. 병원체가 증식하지 못하므로 면역저하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백신에 속하는 싱그릭스가 생백신에 비해 접종 대상이 넓은 이유가 이때문이다. 단, 사백신은 면역반응을 유지하기 위해 다회차 접종이 필요하다.

그간 2006년 대중에 공개된 MSD의 조스타박스는 오랜 기간 대상포진백신의 대표주자로 인식돼 왔다. 매년 축적된 임상데이터로 안전성을 입증해 왔고, 시간이 지나도 대상포진에 대한 예방률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국가에서 접종돼 왔다.

당시 SK케미칼이 내놓은 스카이조스터는 2017년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해 시판 중인 백신이다. 스카이조스터는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2020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48%를 확보했다. 하지만 비열등 임상시험만으로 허가를 획득한 조스타박스는 아직 예방률에 대한 기록은 없는 상태다. 현재 의료계는 스카이조스터의 예방률을 비열등 임상 대상이었던 조스타박스와 동일한 70% 정도로 보고있다.

싱그릭스는 앞선 두 백신 보다 높은 예방률을 갖고 있다. 임상 참여자 1만5411명에게 싱그릭스를 투여한 임상(ZOE-50 3상)에서 97.2%라는 매우 높은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기 때문이다. 평균 추적기간(3.2년) 싱그릭스 투여군은 단 6명, 위약군에서는 210명의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했다.

해당 임상은 한국인을 포함한 18개국에서 수행돼 의미가 있다. 1차 유효성 평가 분석 대상자는 싱그릭스 또는 위약을 2회 접종했으며, 2차 접종 후 1개월 이내 대상포진 확진을 받지 않은 싱그릭스 투여군 7344명, 위약군 7415명이었다.

만 50세이상 성인 환자 중 대상포진 확진 뒤 신경통(PHN)을 보인 경우는 싱그릭스 투여군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위약군은 18명에 달했다.

특히 싱그릭스는 50세이상 연령층에서 예방 효과 90%이상을 달성했다. 50대(96.6%), 60대(97.4%)는 물론 70세 이상 환자도 2개 임상(ZOE-70, ZOE-50)에서 별도로 분석한 결과 91.3%로 나타났다. 80세 이상은 91.4%였다.

싱그릭스는 타 질병의 백신들에 비해 예방 유지효과도 길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만 50대 이상 연령대 첫 접종 이후 90.9%가 7.1년까지 효과를 유지했다. 그러나 1회 접종인 기존 생백신과 달리 다회 접종이 권고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의 다양성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케이스에 따라 약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된다"면서 "싱그릭스가 오랜 기간 사용돼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들을 보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판을 흔들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