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엔씨소프트(엔씨, NC) 2대 주주 자리에 오르는 동시에, 넥슨 3대 주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차후 경영권 문제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넥슨, 엔씨소프트 CI. /각 사
넥슨, 엔씨소프트 CI. /각 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IF는 전날 법률 대리인을 통해 엔씨 보유 지분율이 6.69%에서 9.26%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PIF는 넷마블(8.9%), 국민연금공단(8.4%)을 제치고, 엔씨 2대 주주가 올라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11.9%)와 격차는 2%포인트대 정도로 줄었다.

지난 1일까지는 넥슨 본사인 넥슨 재팬 지분 1.07%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7.09%로 높였다. 넥슨 4대 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3대 주주인 일본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8.1%)과 지분율 차이는 1%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PIF가 잇따라 양대 게임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업계는 우선 PIF가 ‘탈석유’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대형 게임사 주식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PIF가 표면적으로 밝힌 넥슨과 엔씨 주식의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인데다가 지분 추가 확보 방식도 주로 장내 매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PIF는 그동안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게임 콘텐츠가 기본적으로 글로벌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고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것도 맞다"며 "그런 투자 차원이지 않을까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IF가 2대 주주에 오르고, 3대 주주 자리를 넘보는 등 지분 확보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 학장)은 "사우디 펀드가 지금은 단순 투자라고 얘기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며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일차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들어왔을 때 그쪽에 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그런 점에서 현 경영진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넥슨 관계자는 PIF의 적대적 M&A, 경영 참여 가능성 등과 관련해 "아주 작게는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PIF가 밝힌 목적은) 단순 투자이고 최대 주주와 지분 차이가 워낙 커 어떤 입장을 내놓거나 분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일가가 지주사 NXC를 통해 보유한 넥슨 재팬 지분은 47.4%에 이른다. 엔씨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PIF는 5000억달러(약 600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PIF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의사를 밝힌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비롯해, 일렉트로닉 아츠, 테이크투 인터렉티브 소프트웨어, 캡콤 등 글로벌 유명 게임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