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향후 출시될 갤럭시A 시리즈 최상위 모델에 대만 미디어텍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하나의 칩셋이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5G 통신칩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발열 이슈로 GOS(Game Optimizing Service) 앱을 의무화했는데, AP를 바꿔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이 미디어텍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멘시티9000은 엑시노스 2200은 물론이고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고성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디멘시티9000은 AP 단계에서 하는 공개테스트에서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단말기용 최강 AP 성능을 냈다. 애플의 최신 AP인 A15 바이오닉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안드로이드 진영 AP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 제품은 TSMC의 최신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A12·갤럭시 A32 등 중저가 모델에 미디어텍 AP를 적용했지만 A72와 A52 모델에는 스냅드래곤 제품을 탑재해왔다. 3월과 5월 중 출시할 A53·A73에는 각각 '엑시노스1280'과 '스냅드래곤 750G'가 장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후속 시리즈에는 디멘시티9000를 탑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70%쯤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갤럭시A12다. 단일 모델 중 최초로 연간 출하량 5000만대를 돌파한 총 5180만대가 팔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발열을 잡기 위해 GOS를 활용하다 곤혹을 치른 삼성전자 MX사업부 입장에서는 엑시노스의 확산보다 제품 안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며 "그 대안으로 스냅드래곤이나 엑시노스가 아닌 디멘시티가 꼽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AP의 미디어텍 탑재 확대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2021년 4분기 모바일 AP 출하량 점유율에서 33%로 1위에 올랐다. 미디어텍 AP를 탑재한 삼성 갤럭시 A12와 A32가 미국에서 많이 판매된 덕이다. 퀄컴(30%)과 애플(21%), UNISOC(11%)이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4%로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