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공룡들의 사이버 보안 기업 인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이버 보안 기업의 가치가 주목을 받는다.

최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사이버 보안 기업 맨디언트를 54억달러(6조6000억원) 규모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맨디언트 인수는 알파벳이 2012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15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사이버보안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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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언트는 앞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기업 간의 경쟁은 보안 기업 인수합병(M&A) 인수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전 세계 클라우드 2위 사업자인 MS는 보안 기업들을 꾸준히 인수 중이다. 2021년 인수한 10개 기업 중 3곳(리스크IQ, 클라우드녹스, 리펌랩스)은 보안 기업이다. MS는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으로 연간 1조원쯤을 투입한다

클라우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로 일각에서는 구글에 맨디언트를 뺏긴 MS가 새로운 보안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이버 보안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사이버 보안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양국 간 사이버 전쟁이 점화되자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팔로알토 네트웍스, 옥타, 센티넬원 등의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보안 ETF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로 구성된 사이버보안 ETF는 나오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 중 규모가 큰 기업들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보안 1위 기업인 안랩의 주가와 시가총액은 11일 기준 각각 8만6500원과 8662억원이다. 이 마저도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의 장내 매수 소식 때문에 오른 금액이다. 라온시큐어와 지니언스 등 최근 일부 국내 보안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 만큼 보안주들의 수혜가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로인해 보안업계는 국내 보안 기업들의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국내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보안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정부에서 사이버 보안 관련 콘트롤타워를 구성해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미국에서처럼 투자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사이버 보안 영역도 모태펀드(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