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조립PC 시장이 점차 살아나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조립PC 시장의 발목을 잡아 왔던 그래픽카드 가격이 암호화폐 가치 하락으로 점차 안정화되고 있고, 새롭게 출시된 보급형 그래픽카드가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을 견인하면서 조립 PC 시장도 슬슬 정상 궤도에 복귀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인텔의 12세대 프로세서가 PC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면서 PC 신규 구매 및 업그레이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 당시, 이전 세대보다 파격적인 성능 향상으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12세대 프로세서는 2022년 새해 들어 하위 라인업과 신규 칩셋의 출시로 고급형 하이엔드 시장에서 가성비 및 보급형 시장까지 모두 아우르는 토털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용도와 예산에 따라 최적의 12세대 시스템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2세대 인텔 프로세서 제품별 배지 디자인 / 인텔
12세대 인텔 프로세서 제품별 배지 디자인 / 인텔
조립PC를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방법은 자신이 그 PC를 어떠한 목적과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PC를 구성해도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막고,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용도와 목적에 따라 최적의 12세대 프로세서를 추천해 본다.

‘가성비 게이밍 시스템’ 코어 i5-12400·12500

2022년의 시작과 함께 인텔이 새롭게 선보인 신규 12세대 프로세서 중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단연 코어 i5-12400, 12500 두 제품이다. 인텔 12세대의 최대 특징인 ‘하이브리드 아키텍처’에서 고효율 ‘E코어’가 없고 고성능 ‘P코어’만 탑재한 제품군으로, 제조 공정과 신규 코어만 빼면 이전 세대와 구조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두 제품 모두 P코어만 갖췄지만 6코어 12스레드 구성으로, 현재 PC 시장에서 가장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코어 구성을 제공한다. ‘K’자가 붙은 오버클럭 특화 모델도 아니고, E코어도 없지만, 일반 업무는 물론 대다수 게임, 간단한 콘텐츠 작업쯤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성능과 코어 구성을 제공한다. 심지어 대다수 작업에 실질적인 성능이 이전 11세대 코어 i7, i9 못지않을 정도다.

가격도 20만원대 초중반으로,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B660 칩셋을 탑재하고 기존 DDR4 메모리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지포스 RTX 3050급 그래픽카드로 PC를 구성하면 150만원 안팎으로 쓸만한 성능의 게이밍PC를 장만할 수 있다.

‘고사양 게임 및 작업용 PC’ 코어 i5-12600K, i7-12700K

12세대 프로세서 중 코어 i5-12600K부터는 고성능 P코어와 고효율 E코어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한 제품군이다. 같은 i5 시리즈라 하더라도 앞서 소개한 코어 i5-12400, 12500이 6코어 12스레드 구성인 데 반해, 코어 i5-12600K는 4개의 E코어가 추가되어 무려 10코어 16스레드의 구성을 제공한다.

10코어 16스레드 구성의 코어 i5-12600K 프로세서는 일반 i5 모델과 등급 자체가 다른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10코어 16스레드 구성의 코어 i5-12600K 프로세서는 일반 i5 모델과 등급 자체가 다른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일반 12세대 i5 프로세서와 이러한 코어 구성 덕분에 코어 i5-12600K는 8코어 16스레드에 불과한 이전 11세대 최상위 프로세서 코어 i9-11900K보다 한 수 위의 퍼포먼스와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그 결과, 코어 i5 시리즈임에도 다수의 코어를 더 능숙하게 사용하는 고사양 게임이나 영상 편집, 이미지 렌더링 등 높은 CPU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에 특화됐다. 가격도 일반 i5 라인업보다는 다소 비싼 37만원대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인 셈이다.

코어 i5-12600K가 워낙 화려하게 데뷔한 나머지, 상위 모델인 코어 i7-12700K 모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일단 가격대가 50만원대로 껑충 뛰는 데다, 게임만 즐기는 경우는 코어 i5-12600K와 큰 차이가 없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색이 코어 i7시리즈인 만큼, 8개의 P코어와 4개의 E코어를 기반으로 12코어 20스레드의 구성을 제공, 영상 편집 및 렌더링 등의 작업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쯤 되면 CPU 자체의 가격보다는 작업 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가성비’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면서 콘텐츠 작업 비중이 낮으면 코어 i5-12600K로, 작업 비중이 높으면 코어 i7-12700K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콘텐츠 전문가용 PC’ 코어 i9-12900, 12900K

이전 11세대까지만 해도 최상의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는 프로급 게이머는 물론, 콘텐츠 전문가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i9 프로세서를 선택하면 됐다. 코어 수도 가장 많을뿐더러, 작동 속도도 가장 빠르니 실제 성능도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이번 12세대 코어 i9은 얘기가 좀 다르다. 무려 16코어(P코어 8개, E코어 8개) 24스레드라는 워크스테이션에 가까운 코어 구성은 코어 i9 프로세서를 다시 전문가용 프로세서에 가깝게 만들었다.

무려 16코어 24스레드의 구성을 제공하는 12세대 코어 i9 시리즈 프로세서는 게임보다는 처음부터 콘텐츠 전문가에게 유리하다. / 인텔
무려 16코어 24스레드의 구성을 제공하는 12세대 코어 i9 시리즈 프로세서는 게임보다는 처음부터 콘텐츠 전문가에게 유리하다. / 인텔
코어 i9-12900K 기준 작동 속도(클럭)가 최대 5.2㎓까지 올라가지만, 게임 성능은 i7-12700K, i5-12600K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멀티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동영상 인코딩, 이미지 렌더링 등의 작업은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을 더욱 줄이고, 생산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때문에 게임 비중은 거의 없고, 처음부터 콘텐츠 작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12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를 추천한다.

참고로, 오버클럭 가능한 ‘K’가 아닌 일반 ‘코어 i9-12900’ 프로세서는 오버클럭 기능이 제한되고, 작동속도도 조금 낮으며, 소비전력도 훨씬 줄어든 모델이다. 하지만 코어 구성은 K 모델과 동일하기 때문에 작업 효율 및 생산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단기간의 폭발적 성능보다 장기간에 걸쳐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환경이라면 더 비싼 코어 i9-12900K보다 훨씬 저렴하고 전기도 덜 쓰는 일반 코어 i9-12900이 더 유리하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