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라이벌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3나노(㎚) 공정 진입을 앞두고 수율 경쟁을 펼친다. 거의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TSMC는 7월로 계획한 3나노 공정 양산 일정을 최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국내에 3나노 팹(반도체 공장) 착공 초읽기에 들어가며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간다.

15일 반도체 장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3공장(P3)에 3나노 팹 건설 준비에 들어갔다. 올 여름 관련 장비를 공장 내 추가 입고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1세대 3나노 공정(3GAE)을 적용한 반도체의 시험 생산에 들어가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2세대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TSMC의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다. GAA는 1세대 3GAE(3나노 Gate-All-Around Early), 2세대 3GAP(3나노 Gate-All-Around Plus)로 분류된다. 3GAE 공정의 경우 7나노 핀펫(FinFET)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퀄컴이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후속 모델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길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스냅드래곤8 1세대는 낮은 수율로 인해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3나노 공정으로 퀀텀점프다.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해 TSMC와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 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GAA 기술을 3나노에 도입하고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히며 차세대 기술 선점을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수율 확보를 위해 더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TMSC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규모와 인력 배치를 더 공격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파운드리 사업부 내부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계획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 시행, 자체 커스텀 AP에 대한 인력 재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7월로 계획한 3나노 공정 양산 일정을 수개월 연기했다. 기대했던 만큼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해서다. 이에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용하기로 한 일부 세트(완성품) 업체들은 기존 5나노 공정을 적용하기로 계획을 변경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GAA 공정은 TSMC와 파운드리 기술 격차를 단번에 뛰어넘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 전략의 성공 관건은 안정적 수율 확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나노 공정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도 수율 확보가 불투명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면서도 "TSMC의 3나노 양산 계획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선 삼성전자가 치고 나갈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인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8.3%로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TSMC는 1.0%포인트 하락한 52.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세계 상위 파운드리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올랐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