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 소송 2차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양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생태계와 ISP, CP 역할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이고, SK브로드밴드는 더는 기다려줄 수 없다는 판단이다. 5월 열리는 추가 변론기일에는 양측이 상대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각 사 로고 / IT조선 DB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각 사 로고 / IT조선 DB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부장판사 정승규·김동완·배용준)는 16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음을 밝히는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1차변론을 진행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반소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도 함께 다뤄졌다. 원고인 넷플릭스 법률대리는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가, 피고인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양사는 이날 앞선 변론 준비기일에서 구두로 변론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기술 설명을 담은 프리젠테이션은 제외했다. 대신 구두 변론 목차와 이미지 자료를 활용하는 등 각사 입장을 전하고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이날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CP에게 없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시청할 때 필요한 대역폭이 SK브로드밴드 전체 대역폭의 2% 미만인 점, 자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커넥트(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로 발생하는 트래픽(데이터양)의 대다수를 줄일 수 있는 점, 망 사용료 지급을 CP에 강제하면 인터넷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소송 논리로 내세웠다.

넷플릭스 측은 "다른 ISP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해 이미 피고는 트랜짓 비용을 줄이고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하는 이득을 얻기에 비용을 달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더했다. 넷플릭스가 홍콩과 일본에 구축한 OCA를 활용한 콘텐츠 직접 전송을 제공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추가로 다른 ISP에 지불해야 했던 전송 비용을 줄였다는 논지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지불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인터넷 생태계가 양면 시장이기에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CP도 ISP엔 과금 대상이 된다는 논지를 더했다. 넷플릭스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세웠다.

반소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을 활용해 소송 논리를 강화했다. ISP인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역무이며, 상법에 따라 해당 역무를 받는 CP에 보수 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차변론은 5월 18일이다. 재판부는 2차변론에서 쌍방 주장에 대한 변론 반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주장대로 양사가 무상으로 서비스를 주고받는다는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국내 CP는 SK브로드밴드에 어떤 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더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